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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Aug 08. 2023

로봇 2023

소설

 분명 눈을 찡긋 했다.

 - -


 찻길 건너편 카페 안에, 멀찍이 본 바리스타인 그는 (- -) 바쁜 표정으로 밖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눈이 마주친 것 같기도 했지만 알 수 없었다, 매장 안에 손님은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움직임이다. 가만히 쉬도록 프로그램되어있지는 않은 걸까.


 오랜만에 예전에 자주 가던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인근에 r이 코로나 이후 그토록 갈망하던 뷔페식 샐러드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오늘은 날도 좋고 새로운 기분도 맛볼 겸 가보기로 한다. j가 r에게 저녁메뉴 문자를 보냈다. 보지 않아도 아마도, 환호성일 것이다. 새로 생긴 매장답게 깔끔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매장답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는데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로봇이었다. 테이블마다 벨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걸 누르면 로봇이 온다. 얼른 접시를 채우고 자리에 앉아 먹고는 벨을 눌렀다. 일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렸지만 로봇은 오지 않았다. 아쉬워진 우리는 일단 빈 접시를 두고, 새로운 접시를 채워와 자리에 앉았다. 보통은 치워져 있어야 할 접시가 그대로여서 잠시 고민하다가 내가 접시를 챙겨 직원에게 부탁해서 치웠는데, 조금 있다가 그가 왔다.


 이 친구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편의상 알프레드라고 하자. 방금 생각한 이름이다.


 알프레드는 바쁘게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우리 테이블로 왔지만 임무는 사라진 후였다. 처음으로 그를 만나 정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것에, j는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그 좀 기다리지.’ 그의 화면에는 우리의 테이블 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를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는 일. 화면을 터치해서 임무를 종료했고, 그는 곧장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그의 바구니들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 곳곳에서 바쁜 우리의 알프레드를 기다렸다. 하지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좀 요령이 모자란 이 친구는 묵묵하게 주어진 순서에 따라서만 움직였고, 곳곳에서 ‘휴먼’을 불러 문의가 이어졌다. 좋게 말해서 문의지 이건 일러바침이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 가요? ‘휴먼’은 말했다. ‘그는 반드시 옵니다.’ 그리고서 그는 총총 사라졌다. 빈 접시는 여전히 식탁에 있고, 우리 알프레드를 도와주는 동료는 없었다. 보통 뷔페식 샐러드바의 편리는 비워진 접시를 두고 새 접시를 들고 구경 다니다 돌아오면, 짠 하고 비워진 테이블에서 ‘다시, 시작하는’ 재미를 가진 것인데, 우리는 식사도중 헐레벌떡 그가 다가오면, 고생이 많다고 생각하며, 그의 이미 가득 찬 바구니에 우리 접시를 신중하게 쌓고 다시 그를 돌려보내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는 위아래 두 개의 바구니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아래칸에는 음식물만 넣으라고 적혀있었지만, 두 곳 모두 접시와 컵, 수저, 남은 음식들이 적당히 포개어 있었고,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틈을 찾아 그릇을 넣었다. 그는 바짝 다가오는 법이 없기 때문에 한 명은 일어나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주방의 열린 틈으로 엿본 바에 의하면 두 명의 휴먼이 알프레드가 옮겨온 바구니에서 음식물과 그릇을 종류대로 분리하고 있었다.


  처음에 벨이 안 되는 건가 싶어 몇 번을 눌러보았더니 몇 번이고 우리 테이블로 왔다. 다른 테이블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여기저기 식사코너를 둘러보는데, 구석의 국수 코너에 또 다른 그가 있었다. 그는 면류 담당으로 면을 삶고 육수를 담아내고 있었다. 로봇팔의 그는 때로는 면 삶기용 거름망, 채에서 국자로 팔을 바꿔달며 임무를 수행했다. 아, 또 하나는 사람들이 담아서 올려놓은 면 그릇을 가져가 채에 담는 일도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우동, 쌀국수 종류에 따라 면 삶는 시간을 확인하고 먼저 들어온 주문과의 관계를 잠시 생각해 보고는 (장비 바꿔 끼는 절차를 단순화해서) 순서를 정하고, 그릇을 들어 면을 채에 담고, 삶고 육수를 부어 식사를 완성했다. 그를 주방의 후크선장이라고 하자.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 국수코너의 ‘그’ 때문에 사람들이 모였다. 면을 탈탈 털어야 망에서 떨어지는데 그런 스냅의 탄력이 없는 후크선장은 채에 대롱대롱 우동이며 국수가 매달린 채로 움직였다. j가 국수가락을 손으로 떼어주었다. 거치대에 음식을 주문하고 찾으러 오지 않는 손님 때문에 곤란해 보였으나 난처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처지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내 옆의 꼬마손님은 그냥 돌아가자는 형님의 재촉에도 ‘지금 그가 나의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후크선장은 팔을 바꾸어 육수를 담아주었다, 팔이 아니라 손인가. 후크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회사 앞에도 닭을 튀겨주는 그가 있었지. 그 회사를 그렇게 금방 그만두지 않았다면 한 번쯤 맛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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