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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Aug 18. 2023

텃밭

 태풍이 지나가고 밭을 고른 집이 많다. 이집저집 사정이 다른데, 곳곳에 보이는 단정한 모습이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간혹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과 같다. 전문가 이웃텃밭 아저씨도 가지만 빼놓고 정리를 하셨고, 다용도의 막구조 시스템을 위한 지지대도 철거하셨다. 그 말인즉슨 필요가 없다는 것이니까, 씨앗으로 심을 작물이 없다는 뜻일까 잠시 혼자 생각해 보았다. 오랜만에 가 본 텃밭에 더덕이 꽃을 피워서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더덕이 상한 것 이 있을 것 같은데 캐봐야 할 것 같다. 잠시 휘리릭 둘러보고, 상춧대를 거두고 잡초를 뽑았다. 생각지 않게 가지가 열매를 맺고 있어서 기특하게 생각된다, 가지는 한 개를 수확했었다. 고추는 풍년이어서 풍족하게 여름을 났다. 즐란작가님의 '고추전'을 알게 되어서 알차게 고추전을 해 먹었다.


 고추를 반으로 잘라 그대로, 소금을 약간 더한 묽은 밀가루 반죽을 충분하게 입혀서 기름 두른 프라이팬 가득하게 올려놓고 구웠다. 먼저, 자른 면을 아래로 향하게 하나씩 팬에 올리면 반죽들이 연대하며 하나의 동그란 부침개 모양으로 튀겨진다. 맛깔나게 잘 구워지면 한 번에 뒤집어 반대면을 굽는다. 이, 속을 채우지 않은 고추전의 매력은 고추의 신선한 맛과 함께하는 지글지글하게 고소한 바삭함이다. 씨앗과 속을 그대로 두고 반죽을 입혀 부치면 팬과 기름이 닿는 부분의 그것들이 파삭하게 익어서 식감이 굉장히 좋아진다. 자주 해 먹을 것 같다. 그리고 이만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채소전은 없으리라. 얼마 전에는 밥을 담고 그 위에 계란 프라이와 고추전을 올리고선 간장을 뿌려 덮밥으로 먹었는데, 또한 별미였다. (이런 조금 만화책 속 미식가 같은 표현을 해보았습니다.)

더덕꽃


 바질을 고르다가 꺾인 줄기를 가져와서 새로 산 꽃병에 꽂았다. 사진으로 보니 벽이 조금 허전해 보인다. 식탁에 앉아서 본 부엌의 모습, 바구니에는 보통 사과가 담긴다. 가운데는 순이가 있다. (순이는 저희 집의 반려조약돌입니다.) 많은 것들이 등장했는데, 스치듯 나온 병에 담긴 볶은 보리, 양념통으로 쓰기 좋은 누텔라 병에 담긴 소금과 고춧가루가 있고, 이사 기념으로 쇼핑한 식물 수세미도 있다. 빵칼과 자주 쓰는 작은 칼, 그리고 남겨진 사과와 빵조각,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았던 고추가 시들어 있다. 술과 물, 기름과 빈 물병 그리고 키친타월이 있다.

부엌 23.08.18.


즐란 작가님의 페이지,

연탄불에 구워 먹던 고추전의 별미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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