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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Jul 02. 2023

일요일 점심을 위한 요리

새우크림바질스파게티

 부스럭 일어나서, 여유를 부리며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느긋하게 움직임을 시작하고, 하나씩 열고 닫고 제 위치를 살피고, 그 한 그릇의 식사 앞에서 조잘거리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면 그제야 외출 준비를 한다.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긴 하지만, 이 식사는 브런치와는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는 화면 구성이 깔끔하고 광고가 없다는 점이지만, 일요일의 점심은 일주일의, 그야말로 '점심 點心'의 점심이다. 토요일 저녁이 한 주의 화려한 정점이었다면, 이곳은 변환점을 지난 새로운 주의 시작으로, '라르고'로 시작해서 '아다지에토'까지 속도의 움직임이 적정한 것 같다, 천천히에서 아다지오보다 빠르게.


 일요일 점심은 보통 집에서 스파게티를 해 먹는다. 스파게티 아니면 멸치국수나 비빔국수 같은 가벼운 면류를 준비해서 먹는다. '일요일의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한때의 광고문구는 대단한 기획력이었구나 생각하며 짜파게티를 하기도 한다. 가끔 여름에는 j의 레시피 냉멸치국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면류가 아니면 바게트샌드위치이나 구운 야채들을 넣은 j의 팔라페다. 비가 오는 날엔 야채수프나 크림수프와 빵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외식하더라도 학교 앞 즉석떡볶이 정도가 된다. 집에서 편안하고, 잘 차려진 토요일의 저녁 식사를 하고 그때 장 본 재료들이나 남은 음식들을 조합해서 일요일 점심에 같이 식탁에 놓는다.


 국수나 스파게티 같은 건식 면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편리하다. 스파게티의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듀럼밀의 단단함에서 온다. 스파게티 자체가 파스타의 한 종류에 속하고, 다양한 파스타 면의 종류가 있고, 또 생 파스타, 만드는 사람에 따른 그만큼의 형태가 존재한다. 에반펑키는 이렇게 말했다. “파스타는 제 인생입니다. 파스타는 조각입니다. 하지만 또한 건축이기도 하죠. 파스타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춰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스파게티라고 먼저 썼지만, 파스타라고 폭넓게 말하는 게 맞겠다.


 그래서 나에겐 이때가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작동 지키기에 제일 좋은 시간이다. 식탁에 음식으로 등장 시키킨 하지만, 그날의 우리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다. 그건 요즘 즐겨 먹는 것, 맛, 계절에 따라가는 재료들, 어떤 사건들이다.


 정해진 요리법을 위해서 그에 맞는 재료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편집하는 시간이고, 모두가 여유롭게 마음의 문을 연 시간이다. 얼마 전에는 내가 '양념요리'에 도전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더니 j는 그렇게 한다면 내 브런치 레시피의 실시간 평가 유튜브를 시작해서 내 요리를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바로 미련을 거두었다, 이성적인 판단이다. 복잡함 속에서는 나의 다양성을 다루는 방식의 미숙함과 결단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우리의 시간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 실험의 장으로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더욱 정성을 들이는 ‘시간’을 나는 내 요리에 담지 못했다.


 묵직한 재료를 요리하는 것은 조금 버거운 일이다.  모든 것들이 알 수 없게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건축이 주는 매력을 찾기도 한다, 긴 시간을, 그 동안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을 하나씩 뜯어보는 것.

 

 나에게 일요일 점심이란, 쉬어가는 나무 그늘의 바람같이 쉼을 주고 편하고 가벼운 것이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서 햇빛을 받고 바람을 쐬는 것, 그 시작을 위해서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우리 집 식탁은 r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번 더 변화를 맞았는데, 학교에서 석식을 먹고 오는 날이 많아서 보통 저녁을 j와 둘이 단출하게 먹거나 오히려 외식을 하고, 대신 함께 저녁을 먹는 주말 식탁을 집에서 신경 써서 준비한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건강 식단을 유지했는데, 그렇게 집에서 담백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점심은 맥도날드로 향해 감자튀김으로 채우는 나였다. 지금은 의미 달라졌다. 더욱 영양가와 칼로리가 높은 식사가 푸짐하게 올라오도록 한다. 필요한 식단을 위해서 시장에서 장보기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미가 가끔 소고기 장조림을 만들어주신다.


 빠른 판단과 신속한 조리

 무언가 격식을 갖추지 않고 포용된 요리의 시간


 건식 재료들의 향연

 면, 후추,


 새우크림바질스파게티


 어제, 집안을 연기로 가득 채우며 j가 만들어놓은 새우소금구이를 넣은 스파게티. 새우 껍질을 까서 마른 팬에 잘 볶아서 곱게 간 후, 다듬어진 새우와 같이 우유에 넣어 끓이다가 생크림을 더 넣으면서 크림소스를 만든다. 그 사이에 바질 잎 한주먹을 다지고, 소금 약간, 다진 마늘 한 조각 올리브오일을 섞어 준비한다. 후추는 따로 부수어 준비한다. 면수를 한국자 넣어 농도와 간을 맞추고, 탈탈 턴 면을 소스팬에 넣고 잘 섞는다. 그리고 불을 끄고 바질 소스를 잘 섞는다.


 고교생의 성장에 맞는 식단의 변화가 적극 이어져야 한다. 학년 초에 학부모회의에서 담임 선생님은 말씀하셨지,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해야 합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합니다.' 점점 소화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가볍게 먹고 싶은 우리와 한창 고영양을 필요로 하는 r의 식사 사이에서, 이렇게 가볍게 점심을 먹고는 5시가 되자마자 저녁을 먹으러 마라탕 가게로 향하는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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