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그 문제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다.
나는 그래도 꾀 볶음밥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문득 ‘잘 안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볶은 밥과 야채들이 주는 기름진 맛은 셋이 둘러앉은 여유 있는 주말의 식사 한 끼로 부족하지 않았다. 헌데 볶음밥의 기본 '밥알이 알알이 볶아진 고소함'이 왜 사라진 건지는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건발생,
'밥알이 알알이 볶아진 고소함'이 사라졌다.
그를 A라고 하자.
A는 돌아올 수 있을까, 그 길을 찾아주어야 한다.
찬밥은 A를 만족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건이다. 마른 표면과 단단한 탄력은 대안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우리의 '지금'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기억해야 하는 것이고, 알아야 하는 것이다. 되짚고 머뭇거리며, 살피고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꾸고 함께하는 것이다. A에겐 나란히 앉은 배려가 필요하다. 그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우리는 멈추어 있지 않다. 움직인 곳에서 다시 살피는 생각의 부지런함을, 유연함을 그가 나에게 요구하고 있다.
옆 동네에 탐정사무소가 있다.
의뢰를 맡겨봄 직하다.
‘그 문제군요,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끼의 밥만 주물냄비에 하기 때문에 남은 찬 밥이 없고, 전기밥솥이 없기 때문에 미리 밥을 하기는 번거롭다. 미안하지만 볶음밥에 닭백숙만큼의 시간을 쓸 순 없다. 그럼 여기서 필요한 건 제한된 조건을 다루는 방식이고 그건 아마도, 디테일이다. 다른 작가님*의 레시피에서 힌트를 얻어서 새로운 방법을 연구 중이다. 밥에 미리 ‘기름코팅’을 하는 것, 그리고 수분관리.
일단 밥을 한다. 김치를 마른 팬에서 볶기 시작한다. 밥이 다 되면 뚜껑을 열어 휘이 젓고,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 넣어서 가볍게 코팅한 후 식힌다. 김치는 조금 딱해 보이지만 잘 볶아지고 있다. 양념이 뭉쳐지지 않게 올리브오일을 한 스푼 넣고 계속 볶는다. 밥에 오일을 두 스푼 넣고 잘 섞는다. 김치볶음에 오일을 두 스푼 넣고 잘 볶는다. 밥에 오일 세 스푼, 김치볶음에 오일 세 스푼. 이게 어디까지 갈지는 세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이때다.’
팬의 불을 세게 올리고, 밥을 조금씩 넣으며 볶는다. 신나게 볶는다. 미란다 줄라이의 소설* 속 인물들은 수영장 없는 사막에서 수영 강습을 한다. 팔 젓는 법을 알려주고, 힘차게 젓는다.
A가 돌아온다면,
완숙 계란 프라이로 마음을 보여주겠다.
참고자료 :
비비거나 볶거나 - 새우 볶음밥 / 소채
https://brunch.co.kr/@b8086dc064874ae/320
No One Belongs Here More Than You / Miranda July
당신보다 더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 / 미란다 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