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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Jul 21. 2023

텃밭

장마 후

 오랜만에 텃밭에 왔는데, 더덕이 대나무 지지대 높이를 훌쩍 넘어 허공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 꽃을 맺었다. 더덕은 어떤 꽃을 피워낼까 지켜볼 일이다. 방울토마토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밭에 들를 때마다 적당한 것을 따 가지고 와서 식탁에 올려놓고, 오가며 집어 먹는다. 상한 곳 없이 영글었다.


 상추는 꽃을 피웠다. 길쭉하게 고깔 형태로 끝을 좁히며 자라다가 장마에는 줄기가 휘어지기도 했는데, 다시 곧게 펴지기도 한다. 잎이 제일 높은 지점, 꽃이 피는 곳부터는 다시 뿔처럼 퍼져 자라다가, 또 그 끝에 가느다란 잎들을 부채같이 펼친다. 상추는 정리를 해주어야 할 때가 지났지만 이렇게 두고, 보고 있다.

 햇빛 쐬어주며 씨를 받으려고 남겨둔 자루 달린 열무는 누군가가 가져가버렸다. 다음 열무는 우리 씨앗을 심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어버렸다.


 방풍나물이 튼튼하다. 미나리도 여릿한 그 미나리가 아니다. 이 둘을 요리하지는 않았다, 흠.


 로즈마리는 양 끝에 하나씩 심었는데, 쪼그려 앉아서 잡초를 뽑다가 은근히 스치는 로즈마리의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연약한 모종을 심어서 잘 클까 했지만, 줄기가 나무같이 단단해지고 제멋대로 잘 자라고 있다.

 

 잡초를 뽑고, 마른 잎과 가지들을 정리한다.

 우리는 여전히 텃밭 반경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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