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시골집에 초대받아서 하룻밤을 묵었다. 뒤편 대나무 숲의 찬기운이 집 주변만 맴돌다가 앞마당의 뜨거운 열기와 사라졌다. 아침나절에 시원함을 주던 나무 그늘이 오후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가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슬금슬금 잔디와 부드러운 잡초가 깔린 마당에 식탁을 세우고 빨간 체크무늬의 식탁보를 깔고 저녁준비를 시작했다. 한편에선 숯을 피우고, 집 안 부엌에서는 재료손질이 한창이다. 그 옆에서 식물도 구경하며 잡초도 뽑고, 어디선가 굴러온 낙엽정리도 했다. 활기 넘치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목살과 새우 그리고 파프리카 숯불구이. r이 좋아하는 큼직한 새우를 준비해 주셨다. 모든 것이 하나의 의식같이 그를 불러내었다.
맨발로 풀을 밟으며 우리는 산 너머로 올라오는 붉고 선명한 달을 바라보았다. 2023년 8월 1일, 철갑상어 달. 달은 더욱 가까이에 있었다.
옆집 고양이가 다가와서 다리주위를 맴돌다가 나의 왼편 적당히 손 닿는 곳에 앉았다. ‘잘왔어. 함께, 힘껏 달을 보자.’ 듬직한 그와 나란히 달을 바라보았다. 달이 산마루의 적당한 위치에 올랐을 때, 그는 충분했는지 오른편 디딤돌 위에 가 뒹굴거렸다.
다음 날, 집으로 달려오는 강변북로에서 강 저편으로 어제의 달이 휘황했다. j는 달이 약간 비대칭인 것이 찐빵을 닮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