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할머니네
젓가락으로 얇게 저민 참외소금절임을 하나를 집어낸다. 하얗고 졸깃하면서 흩어져있던 단 기운이 말갛게 모여든 보드카 같은 향과 밀도가 감돈다. 씹으면 씹을수록 참외다. 참외는 하얗고 순둥순둥한 여름의 채소였다면, 참외절임이라 함은 쨍하고 강렬하지만 부드럽게 숙성된 성숙의 순간이다. 한 여름에 맞는 그 맛은 햇빛아래를 걷는 동안에도 입과 숨결에 여운을 남겨서 정신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 감도는 밀도는 뜨거운 햇빛도 습함도 잠시 누그러트리며 깊게 숨을 쉬고 참외의 향을 기억게 한다.
소금할머니네, 작고 노란 참외가 반으로 나뉘고 겹겹이 쌓여 절여졌다. 겉껍질은 약간 쪼그라들고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는 투명해졌다. 두 개에 천 원, 한 개에 오백 원. 껍질이 위로 오도록 도마에 올리고 손가락을 오므려 잡고 얇게 저민다. 하얀 무지 종지에 담고 얼음을 몇 개 올려놓았다. 식사가 시작되면 얼음은 녹고, 참외절임 조각들은 차갑게 풀어진다.
0803
참외절임, 사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