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고구마
몇 해 전, 큰 공원의 맞은편에 군고구마 가게가 비워져 있던 자리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계절에 임시로 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간판도 없었고, 조촐하게 유리상자에 신식, 자갈이 깔린 군고구마 기계만 있는 가게였다. 사장님은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항상 갖추었고, 그 소박한 분위기에 끌려서 가끔 군고구마를 사다가 먹었다. 우리 동네가 북한산 옆 서울의 경계이기에 나는 종종 과장해서 '서울 살지만 시골입니다.'라는 말을 쓰곤 했지만, 이 가게는 뭐랄까 조금 엉뚱했다. 어딘가 멀리 떨어진 북한강변 국도 옆의 찐빵집 같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시작되려는, 혹 시작된 요즘 같은 날에 셔터가 닫혀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장사가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얼마 있다가 찐 옥수수를 가지고 돌아오셨다. 이렇게 강원도와 우리 동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제철상점'이다. 언젠가는 간판도 달렸다, '당일새벽수확' 강원도에서 바로 오는 작물들의 이동. 독특하게 같이 팔고 계신 것은 감자나 다른 농작물이 아닌 완구, 프라모델이다. 이건 어떤 조합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개인의 취향인 걸까. 어쨌든 강원도에서 실려오는 것으로 나는 짐작했다.
때가 되면 옥수수를 가지고 돌아오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그 다운 짧은 말로 남기고,
강원도로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