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줄기를 따라 곁가지가 나왔고,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달렸다. 뿌리부터 줄기와 가지까지 온 힘을 다해서 초록을 밀고, 밀어서 그 끝에 밀도 높인 짙은 초록을 맺었다. 하나를 완성하고, 그 힘을 다시 모아서 또 하나를 완성한다. 토마토는 원줄기에서 가까운 것부터 가지의 끝으로 가며 순차로 딴딴하고 둥그렇게 자라고 있다. 언제, 더 자라기를 멈추고 익기 시작하는 것일까. 같은 줄기의 마지막까지 충분히 초록을 보낸 후 일까, 아니면 원하는 형태가 만들어진 다음일까. 혹, 모든 초록을 그 끝의 열매들에게 보내고 난, 소진된 순간일까. 그곳에 다다르면, 비로소 숙성을 시작한다. 초록의 빛이 옅어지고, 더 옅어 저 잠시 노란빛을 띠었다가 점점 빨갛게 익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