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갈 때
저번 달에 본 기사*를 요약하자면, ‘북한산 비지정 문화재 조사를 하기 위해 제보를 받던 중, 2015년에 인수봉 인근에서 자원봉사자들과 구조대원들이 보았다는 바위를 조사하였는데, 고려 초기로 추정되는 '불상'임이 확인되었다.’는 것, 북한산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숨어 있다.
어느 코스로 오르던 높은 능선에 다다르면 갑자기 떡하니 성벽과 문이 나타난다. 그 문들은 깊숙이 아늑한 장소에 자리 잡은 북한산성 행궁지**로 이어진다. 대동문에서 행궁지로 가는 길은 뭔가 모험을 떠나는 신비로운 장소 같다. 조용한 능선을 내려가다 귀룽나무가 흰꽃 잎을 떨구는 개울을 지나, 햇빛 잘 드는 갈대밭을 만나고, 또 만난 개울 건너편에 묵직한 석축과 덩굴나무가 둥근 아치를 만든 세상으로 들어간다.
산성을 따라 돌면, 동네에서 시작해 어느 때는 서울 중심부이고, 어느 때는 강원도 깊숙이 있는 것 같다가, 여의도, 김포가 보이는 곳으로 휙휙 장면이 바뀐다.
한참을 북한산 둘레길 쉬운 코스만 산책하다가 작년 추석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에 다니게 되었다. 험한 코스는 아직이고, 조금씩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좋아서'가 되겠다.
눈 오는 날 작은 컵라면에 김밥을 가지고 산에 올랐다. 산행 도시락은 준비하는데 기운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김밥이나 샌드위치 정도를 구입한다. 종류도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 것보다는 양념이 적고 단순한 것을 고른다. 산에서는 유난히 양념과 조미료 맛이 잘 느껴진다. 대신 보리차나, 홍차, 설탕물을 가져가 같이 마시고, 간식 겸 곁들여 먹을 과일, 소포장된 견과류, 육포 등 되도록 집에 있는 것들 위주로 (수분이 많고, 열량이 높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챙긴다. 삶은 달걀을 가지고 가고 싶을 때에는 미리 준비해 놓는다.
도시락을 준비한다면, 이 전 페이지에 적었던 양배추 볶음을 추천한다. 밥과 올리브 오일에 볶은 배추나 양배추를 가득 담고, 집에 있는 장아찌나 마른반찬을 곁들인다.
날이 조금씩 추워지면 챙길 것이 많아져 배낭 물품의 가짓수가 많아지니, 식량은 따로 모아 챙기는 것이 편하다. 과일 껍질이나 빈봉투 같은 것도 같이 한 곳에 모아 와서 정리하면 된다. 주머니는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안의 내용물이 베어 나오지 않는 재질에 너무 두껍지 않은 주머니 형태가 편하다.
3~4시간 산행 시 물의 양, 우리 집 기준 ( 여름에는 따뜻한 차 대신 물 한 병 추가 )
1명 물 1병(500ml) + 따뜻한 차 1병
2~3명 물 2병(500ml) + 따뜻한 차 1병 + @
길을 걷다 잠시 쉬면서 연료를 충분히 보충한다. 에너지를 공급해야 안전하고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다.
+ 다른 산에서 본 우연한 풍경
* 기사 참고 : 엎어져있던 인수봉 계곡 바위, 뒤집어보니 고려 불상이었다.
** 북한산성 행궁지 : 경기문화재연구원 북한산성 행궁지
행궁지 구역은 곳곳에 식량과 무기를 보관했던 ‘창지’ 들을 볼 수 있고, 안내가 잘되어 있다. 행궁지는 복원이 결정되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진행 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공사 펜스가 쳐져있어 관계자 외 출입금지이고 입구까지만 가볼 수 있다.
대동문과 동장대 사이 산성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이 트인 곳에서 행궁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