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얼마 전 주말에 도시락을 챙길 일이 있었다. 의례 매년마다 보고 있는 끝나지 않은 시험 때문이다. 그늘 있는 앉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운동장 끝 계단에 앉았다. 나는 가볍게 준비해온 바게트 샌드위치를 꺼내 먹고 있었다. 쉴 곳을 찾던 다른 이도 나의 반대편 끝에 조용히 앉았다.
조금 있다, 다른 수험생 두 명이 겹겹이 채워진 나들이 도시락 통을 들고 자리를 찾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우리 둘 사이에 앉기로 했다. 그늘 자리는 포화상태라 다른 곳이 없었다. 그들은 제대로 싸온 도시락을 하나씩 펼쳐 놓았다. 그리고는 맛깔나는 품평을 이어갔다. "이야 정말 맛있다." "이것도 먹어봐요!, 날도 좋고 참 좋네요." 사각사각, 촵촵촵 "요즘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건 왜 그런 거래요?" 큭쿡쿡 빨려 들어가는 소리들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건 온전히 식사를 위한 시간을 맘껏 즐기는 옆자리 사람들의 아랑곳하지 않음에 평소 좋아하던 바게트 샌드위치가 아쉬웠다. 간편하게 만들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생각해 준비한 것이었는데 , 저들의 식사는 쉬는 시간에 없을 것 같았던 입맛과 기분도 돌아오게 만든 그야말로 ‘점심 點心’이었다. ‘도시락은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싸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라고 할까. 옆에서 듣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그 덕에 잘 쉬었다.
다른 해 같았으면 2-3번은 김밥을 쌀 일이 있었을 텐데, 올해는 한 번도 없었다. j는 데친 시금치를 듬뿍 넣은 김밥을 좋아한다. 물을 넉넉하게 끓이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시금치를 한 번에 꾹꾹 눌러가며 끓는 물에 넣고, 저어가며 상태를 관찰한다. 초록 물이 나오고 시금치가 물 머금어 짙어지면 불을 끄고 건져,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꽉 짠다.
시금치는 김밥을 제외하고는 뿌리 붉은 부분을 성큼 잘라내고 생으로 먹었다. 잎을 먹으면 도톰하면서 약간 짭짤하며 기름진듯한 짙은 초록의 시금치 맛이 느껴진다. 양상추와는 다른 샐러드 재료로의 매력이 있다. 주로 기름진 식탁에 가볍게 씻어 올려놓고 같이 먹고 아니면 나들이, 점심 샐러드로 올리브, 토마토, 삶은 달걀에 약간의 올리브 오일을 넣어 가지고 나간다. 샐러드에 유부초밥이나 간편하게는 바게트를 챙기고, 보온기에 수프나 보리차를 곁들인다.
* 기타 도시락 - 양배추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