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대파를 사야 할 때가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사야 한다.
대파는 보통 한단 단위로 파는데 집 근처 시장에서는 2000원 비쌀 때는 3000원 정도 했다. 마트에서는 적은 단위로 5~6개 봉투에 담아 끝을 다듬어 판다. 가격들은 비슷하다. 어떤 경우는 한 개를 토막 내어 스티로폼 접시에 담아 랩으로 씌워 팔기도 하고, 어떤 곳은 한 개를 랩으로 포장하여 팔기도 했다. 제일 '쿨'하다고 생각한 곳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으로 젊은 사장님은 낫개로 1개에 500원씩 팔았다. 사겠다고 하면 봉투에 접어서 담아주었다. 멀어서 갈 수가 없다. 동네에 대파 트럭 아저씨가 주기적으로 오기도 한다. 대파가 온다.
다양하게 파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여러 고민 끝에 가까운 시장에서 한단을 사고 있다. 아무리 비교해 보아도 집에서 가기도 편하고 가격 면에서나 신선도 면에서나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왜 고민을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한 조각뿐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양을 쓰고 나면, 아니 사 가지고 돌아온 때부터 신속하게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어 식탁 위 공간을 비워 놓고, 보관되어 있는 파들을 시들해지기 전에 쓸 궁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보관하기 까지도 많은 과정을 거쳐서 나한테 편한 방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파를 사가지고 오면 묶여서 있는 상태에서 뿌리 부분 약 7cm, 중간 부분 약 12cm, 나머지 끝 단 부분 이렇게 삼등분한 후 뿌리와 중간 부분은 플라스틱 통에 넣고, 나머지 끝단 부분은 일단 파가 담겨 있던 비닐봉지에 그대로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을 꺼내 씻어서 쓴다. 나만 편한 대파 보관법.
파를 아무 때나 계속 식탁에 내놓으면 너무 티가 나서 먹지 않겠다고 할 여지가 크다. 눈치채지 못하게 , 자연스럽게 파를 추가한다.
파 끝 부분
어제는 라면을 끓여 그릇에 담고 파 잎 부분만 아주 얇게 채 썰어서 올려 먹으니 맛이 좋았다. 쓰고 남은 것들을 오늘 아침 달걀 프라이에 듬뿍 올려서 먹었다. 달걀노른자와 섞어서 같이 먹었다. 아침부터 파 맛이 강한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주 얇게 써는 것이 중요하다.
파 중간 부분
집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파채보다는 파를 약간 두껍게 통썰기해서 내놓는다. 상추 위에 한 개 잡아 올린다. 파채보다는 삐죽거리는 부분이 없어서 먹기가 편해진다.
좋아하는 멸치 국숫집에는 파 간장 절임으로 간을 맞춰주는데 파가 두껍게 썰어져 묽은 간장에 절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에서 따라 해 보긴 했는데, 일단 파 자체가 속이 꽉 차있고 두꺼운 것을 써야 좋고, 간장의 농도도 중요한 것 같다.
길쭉하게 썰어 야채 볶음을 하거나, 소시지와 함께 볶는다.
파뿌리 부분
대파 수프, 대파 흰 부분을 썰어 믹서기에 넣고 우유를 넣어 간다. 냄비에 담고 올리브 오일 한 스푼을 넣고 같이 끓인다. 농도를 보아가며 우유를 조금 더 넣는다. 한번 끓고 대파의 단맛이 나기 시작하면 치즈나 크림을 조금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닭백숙. 대파 뿌리, 마늘 2개, 대추 2개
+ 월계수 잎, 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