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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쇠 Aug 10. 2023

모로코에 간다면 꼭 먹어야 하는 디저트

카사블랑카, 모로코 5일 차 기록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사하라에서 출발한 야간버스는 우리를 메크네스라는 곳에 내려주었다. 바로 카사블랑카로 가는 직행 길은 없고, 메크네스에서 기차로 경유를 해서 카사블랑카로 가야 했다. 10시간의 버스 여정에서 나는 당연히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매우 피곤한 상태였고, 허리와 팔다리는 찌뿌둥했다. 새벽의 메크네스 기차역은 인산인해였다. 제대로 앉을 의자도 없었고, 앞의 기차들은 연착이 되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그저 앉아서 전광판만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바닥에 앉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만, 우리는 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대리석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데고 앉아 기차역의 풍경을 찬찬히 구경했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들어와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다녔다.


약간의 연착과 함께 우리가 탈 카사블랑카 행 기차가 도착했다. 막 해가 떴다. 어스름한 새벽녘의 모로코는 추웠다. 오들오들 떨며 기차에 올라탄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간이 책상에 엎드려서 정신없이 졸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라 기차는 우리를 카사블랑카에 내려주었다. 드디어 카사블랑카.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나는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드만이 나온 카사블랑카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물론 그 영화 속 배경은 모로코이지만, 모로코에서 촬영된 것은 아니고 스큐디오 촬영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도, 일종의 팬심 여행인 셈이다.


우리는 역에서 나와 쁘띠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드디어 푹신한 침대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잠을 자는구나! 이르게 체크인을 하고, 호텔 앞의 카페로 들어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확실히 대도시여서 그런지 이 전의 도시들과는 다른 깔끔한 가게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카사블랑카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마침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산 2세 사원이 있었다. 하산 2세 사원은 1993년 완공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이슬람사원으로, 하산 2세의 의지 아래 시민들의 모금 운동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코란의 구절대로, 물 위에 떠 있는 사원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고. 난 이슬람교나 이슬람문화에 대해서는 무지하기에, 그 건물의 종교적인 상징이나 설명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봐도 그 건물은 아름다운 위압감을 뽐내고 있는 멋진 건축물이다. 특히 고운 해변 모래 같은 색의 외관과, 민트색 무늬의 조합은 정말 아름답다. 그 무늬들은 코란의 구절들을, 마치 성당의 프레스코화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 이슬람교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위해 기호들로 그들을 은유했다는 말을 언듯 들었던 것 같다.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본 글을 너무 쉽게 맹신하면 안 된다.

하산 2세 모스크는 기도하는 공간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까지는 외국인도 무료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정문으로 갔더니, 경비가 몇 시 이후에 오라는 말을 해서 시간을 때울 겸 주변을 산책했다. 모스크는 해변 옆에 위치해 있어서,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노는 모로코 청소년들과, 야자수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산책을 나온 강아지와 그 주인을 구경했다. 사탕수수를 갈아주는 트럭이 있어서 친구와 한 잔씩 먹었다.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했다. 얼마 못 먹고 버렸다.

아까 알려준 시간을 맞춰 모스크로 다시 갔다. 기도하는 곳은 건물 내부에 있었고, 내부의 모습이 궁금했던 우리는 멀리 떨어져서 어정쩡하게 문 안을 기웃거렸다. 그러자 우리가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모스크 관계자가 여성들을 위한 출입구와 기도실은 여기가 아니고, 저기 지하 쪽으로 가야 있다고 했다.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여성 출입구가 궁금했던 우리는 그가 알려준 곳으로 갔다. 마치 성의 뒷문 같은 으슥한 곳에 만들어 놨더라. 이 또한 코란에 쓰여 있는 것이겠지? 복합적인 심정이 들었다.


다시 모스크에서 나와, 우리는 Rick's cafe로 행선지를 정하고 천천히 도시를 걸어갔다. Rick's cafe는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거트가 연기한 인물이 운영하는 고급 카페이다. 물론 실제로 여기서 촬영한 것은 아니고, 영화 속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꾸며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카페가 열지 않은 시간이어서 밖에서만 외관을 눈에 담고 이동했다. 그다음 우리는 택시를 타고 시장으로 갔다. 관광지가 모여 있어서 길이 크고 깨끗했던 시내와 달리 길이 좁고 더러웠다.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그들의 공간을 침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리는 빠르게 시장 밖으로 나왔다.


나는 평소에 여행할 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장에 자주 들르는 편이다. 나와 비슷한 심정으로 시장에 자주 가는 여행자가 있다면, 모로코에서는 신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페즈의 시장은 관광화가 되어 있어 위험하거나 겁을 먹게 되지 않지만 다른 도시의, 유명하지 않은 시장은 정말 현지인들의 공간이다. 약간 지쳐있던 우리에게, 아랍어를 할 수 있는 일행이 우리에게 어떤 디저트를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디저트는 지금 와서 내 인생 디저트가 되었는데, 이름은 바로 Kunefe이다. 우리가 갔던 디저트 가게의 이름은 'Qunefechef'이다. 카사블랑카에서 이 끄나페를 먹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 끄나페는 정확히 말하면 터키의 디저트이고, 아랍권에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이 디저트를 알려준 친구는 점원분께 extra crispy! 하게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끄나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달한 페스츄리 같은 맛이다. 우리는 피스타치오 끄나페를 시켜서 내부에 치즈와 피스타치오 필링이 가득했다. 정말 달고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다. 쓰는 지금도 다시 먹고 싶다. 이런 멋진 디저트를 알려준 일행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지친 우리는 숙소로 들어와 파리에서 싸가지고 온 불닭볶음면과 위스키를 마시고 잠에 들었다.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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