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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Feb 20. 2024

점점 미국인이 되어간다

미국생활을 위해 태어났나 봐

캘리포니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나의 미국 생활은 내게 정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그곳의 삶의 방식은 한국 도심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랐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땐 우리가 '무언가에 항상 쫓기는 듯한' 삶을 산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제대로 나의 느낀 점을 정리하기엔 미국에 간 그때의 내 나이는 너무 어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우린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학교 성적과 학원 등에 치여 쫓기는 삶을 살지 않는가. 그래서 그럴까, 그 어린 나이에도 단번에 다른 삶의 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신기한 점은 사람의 걸음걸이의 속도 차이부터가 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걷다가 눈이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미소를 띠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자리에 멈춰 십 분이 넘도록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동양인이 거의 없었는데, 지나가며 미소를 띠고 내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나는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한 번은 홈스테이 아주머니에게 저녁시간에 물어보기도 하였다. 

"대체 왜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인사하려고 하나요?" 
"그러게...? 우린 원래 그래"
"그럼 저도 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당연히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우린 그런단다"

그렇게 나는 내게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향해서 함께 웃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너무도 쉬웠다. 굉장히 단순했고, 단순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따스한 캘리포니아 햇살, 거의 대부분 맑은 하늘의 날씨에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야외활동 하기 적당한 날씨, 나는 너무도 빠르게 그곳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행동이 무언가 여유로워졌으며, 거리를 걸을 땐 항상 웃음을 표정에 담고 걸었다. 


홈스테이를 통해 미국 가정의 모습을 나는 너무도 빠르게 습득했다.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미국 서부 가정의 모습을 살고 있는 홈스테이 아주머니 아저씨 밑에서 내 또래의 남자아이와 함께 지냈던 것은 (게다가 대형견 3마리까지, 너무도 미국 서부스러운 집이었다) 내가 굉장히 빠르게 미국인이 되어가고 미국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이 정말 집처럼 느껴졌을 정도이다. 


식단도 당연히 미국인의 식단으로 변했다. 정말 매일 저녁 고기를 먹었으며, 수많은 패스트푸드와 정크푸드 등을 섭취했다. 한국에서 체중미달이었던 내가 미국에 가서 1년 만에 비만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미국인의 식단이 얼마나 고칼로리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의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첫 학기가 시작되고 아는 친구들이 없으면 굉장히 조용한, 어색한 분위기는 없었다. 물론 미국엔 반이 따로 없기도 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친구들이지만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낯을 가리는 것을 보고 나서 어색해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내 낯가림을 뚫어내고자 열심히 말을 걸고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여유로운 삶의 방식 때문일까, 항상 나를 어떻게 도와주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물론 아닌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질문엔 항상 친절히 대답해 주고 알려주고, 어느 교실로 가야 하는지 챙겨주기까지 대부분 정말 친절했다. 영화나 하이틴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대부분 야외활동을 즐겼으며 항상 밖에서 액티비티를 하며 놀았다. 마치 미국 드라마 속에 들어가 있는 듯 한 학교생활에서도 나는 몇 없는 동양인이었기에 굉장히 빠르게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고 얘기하며 지내다가 잠시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스쳐 지나가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어 동양인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이렇게 먹는 식단부터 나의 걸음걸이, 뇌가 인식하는 '나'라는 사람까지 나는 점점 그곳 사람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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