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나라에게서 '낯설다'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전 세계의 대학생들이 모이는 곳으로 나는 이사를 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온 유학생, 혹은 대학교 재학 중 온 교환학생, 그리고 한국 대학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온 학생들 등 다양한 유형의 한국 출신 유학생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을 만나며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지냈는데
이제 반대로 나는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이 되었구나
대학에 진학하고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들 입장에서 나는 이미 너무나 미국화 가 되어 있었다. 한국인 분들과 있을 때에는 무언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항상 들었다. 한국인들과 있을 땐 계산 (관계에 대한 계산, 그리고 실제 돈계산 등 이것저것) 해야 할게 너무도 많았다. 한국인들보다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더 편했다. 심리적으로 편했고, 한국인들을 만날 때와는 다르게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었다.
무언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서의 문제였을까
오로지 '나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인해 정리되는 위계질서와 서열, 같이 있으면서도 맘 편할 틈이 없는 눈치문화, 수많은 뒷얘기와 gossip 들, 외부에 어떻게 보이는지만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입시키는 '우리 사이에'라는 알 수 없는 한국의 '정' 등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왜 저렇게 생각하지 못할까, 저렇게 행동하지 못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물론 그때 당시의, 아직 어린 나이에, 이제 막 성인이 된 한국인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단지 성인의 삶이 그런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더더욱 나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미 수년간 완벽히 미국화가 되어 있는 나는 대학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의 한국사회에 낄 수 없었다. 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어와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사회경험을 막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사귄 수많은 사람 중 30대가 되어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들 중 한국인은 아예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육군에 입대하여 병역 의무를 다 할 때에도 나는 '군대'와 '징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나에 대한 이질감이 부각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전역 후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는데, '군대'라는 특수성 때문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한국 사회에 이방인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의 사람사이에 '관계' 그리고 그들의 '사회'는 더 좋은가? 단연코 절대 아니다. 단지 나는 우리의 정서가 수립되고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 과정을 미국에서 겪었기에 그게 더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늘
미국 사회의 minority (소수자) 로서 살아왔던 나는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내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minority (소수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