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나는 누군가에게
의젓한 사람이었을까.”
이 질문 하나로
나는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김지수 작가의 인터뷰집 의젓한 사람들은
읽는 책이라기보다
곁에 두고 생각하게 되는 책에 가깝다.
언젠가 나도
사람을 인터뷰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아주 오래된, 그러나 아직은 말로 꺼내지
못한 꿈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시작부터
나를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앉게 했다.
책 속에는
각자의 시간을 통과해 온
14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양희은과 김기석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났다.
에스키모를 좋아하고
파브르 곤충기를 읽는 70대 여성.
스스로를 성인 ADHD라 말하는
국민 언니, 양희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무지’와 ‘문득’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삶은 늘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과
문득 찾아오는 깨달음 사이를
오가며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람을 살리는 건 대체 뭘까요?”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자기 이야기를
타인에게 꺼내놓는 사람은
아주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말,
뇌의 속사정을 말로 풀어낼 때
비로소 자기 객관화가 시작된다는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
말을 건네고,
귀 기울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
우리는 끝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진실 앞에
다시 서게 된다.
김기석의 인터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나를 붙잡는다.
이 땅에 던져진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대자연 앞에서
이토록 작은 존재가
빛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가 좋아한다고 말한
〈비스듬히〉라는 시를 떠올리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비스듬히 서서
서로를 받치고 있는
‘사람 인(人)’ 자를 상상했다.
결국 우리는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다.
강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함께 선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시련 앞에서는
나의 아픔을 개인의 불행으로만 두지 않고
공적 자산으로 삼아
타인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 때
삶은 예상치 못한 힘을 만들어낸다.
의젓한 사람들은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 남아
나의 오늘과 내일을
조금씩 바꾼다.
사유하고 싶을 때,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을 때,
조용히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의젓해진다는 건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앞에서
조금 더 진실해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