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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벗 Dec 20. 2023

곁을 주다

산책길에 종종 눈길을 주는 포도 울타리 집.

이 집 포도 넝쿨이 유독 아름다운 건 붉게 단풍이 드는 잎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울타리 밖에서 자라는 잎끝이 뾰족한 자스민 넝쿨 덕분이다. 어찌보면 등나무 잎과 비슷하고 자스민처럼 보이기도 할 뿐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이 동네에는 자스민이 흔하니까 자스민이 아닐까 넘겨짚어본다.


포도넝쿨은 마당 쪽에서 울타리 밖으로 넘어오고, 자스민은 길 쪽에서 울타리를 따라 자라는데 포도넝쿨과 얼기설기 공생하고 있어서 언뜻 보면 포도넝쿨과 한집 식구처럼 보인다. 또 넙데데한 붉은 포도잎 사이에서 뾰족한 초록 자스민은 모양과 색의 다양성을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북가주는 요즘 우기여서 비가 자주 내린다. 밤사이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 날에는 포도가 모두 떨어졌으려나 궁금해서 일부러 포도 넝쿨집이 있는 골목 쪽으로 걷는다. 벌써 그렇게 궂은날이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파리나 열매를 많이 떨구지 않고 포도는 아직 꿋꿋이 달려있다.


포도는 자스민 넝쿨에게 곁을 내주고 날씨가 험한 줄도 모르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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