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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統制力)과 협상력(協商力)

by soulgarden


통제력(統制力)이란 거느리고 절제하는 힘을 말한다. 거느린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한데 묶어 살피고 다스리며 이끈다는 뜻이며, 절제는 법도를 정하여 만든다는 것이다. 이 두 한자의 뜻을 종합해보면 법과 원칙에 따라 법도를 정하여 만들어 사람과 상황을 살피고 다스리며 통솔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즉 법과 원칙에 따라 사람과 상황을 보살피고 다스리며, 다른 요인들에는 휩쓸리거나 영향받지 않고 통솔한다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흽쓸리거나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를 통솔해야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기게 된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만나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오는 경우가 있다. 또한 부부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원인은 첫째-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원칙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것, 둘째-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다른 행동을 살피고 다스리며 이끌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평소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원칙 즉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 상황에 대한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원칙 혹은 기준이 없었다는 것은 평소에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평소에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원칙 즉 기준을 가져야만 하는가?


기준에는 양면성이 있다. 기준이 있어서 더 확실해지고 분명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기준이 너무 확고해서 방해가 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학생의 경우 ‘학생은 하루에 다섯 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준은 지키지 못하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 ‘아내는 아침밥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라는 기준이 있는 남편은 아내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기준이라 서로 간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통제력이 맞설 때 필요해지는 것이 협상력이다. 협상력(協商力)이란 화합하여 헤아리는 힘을 말한다. 통제력은 자신과 상황에 대한 기준이고, 서로의 기준이 맞설 때 필요한 것이 서로가 화합하고 헤아려 다른 기준을 만드는 것이 협상력이다.


최근 부부 상담을 하고 있는 부부가 찾아온 주제가 이것이었다. 통제와 협상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돈이었다. 자산관리사인 남편은 아내가 자신처럼 돈을 모으고 쓰고 관리하기를 원했고, 심리상담사인 아내는 자신의 기준대로 돈을 모르고 쓰고 관리하기를 원했다. 남편의 돈에 대한 기준은 미래의 인세를 위한 부동산 취득이였으며, 아내의 돈에 대한 기준은 커리어 전문성 개발에의 투자였다. 그리하여 남편은 자기 명의 부동산 및 현금 자산이, 아내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 형성 및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부부가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들이 돈을 버는 목표와 방향에 대한 협의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상담에 와서야 이 부부는 자신들의 기준을 말하고 돌아보면서 둘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협상을 통해 서로의 상황과 욕구를 이해하면 다행이지만 돈에 대한 가치관은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가치관보다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라 협상을 하기가 만만치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통제력은 자신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게 하며 보다 삶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자신의 다른 원칙과 기준에 대해서는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역기능이 있다. 협상력 또한 다른 사람의 상황과 욕구를 이해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자신의 주관을 잃어버리고 적응만 하게 되는 역기능이 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매우 조금, 조금, 보통, 많이, 매우 많이 라는 스펙트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통제력도 협상력도 이런 것에서 생각을 하고 서로의 상황과 욕구에 대해 변화의 유동성을 생각하면서 협의된다면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무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력과 평화도 스펙트럼의 극과 극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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