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일까 대립일까....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글이 있다. 소설, 에세이, 시라는 큰 갈래가 있지만, 그 안에서도 끝없이 나뉜다. 시만 놓고 봐도 형식에 따라 정형시·자유시·산문시, 내용에 따라 서정시·서사시·극시 등 수십 갈래가 존재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냐고 묻는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시를 써왔다. 내가 추구하는 시는 어렵지 않아도 좋고, 서늘하게 멋부리지 않아도 좋다. 단지 읽는 사람에게 편안히 다가가고, 잠시라도 마음을 쓸어내릴 수 있는 위로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어왔다. 내가 편하게 읽히고, 선명하게 그려지는 시. 그러나 그 안에서도 내 마음이 작은 결 하나라도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흉내 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색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맞는 말이었다.
좋은 시, 유명한 시, 당선된 시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문장도 그곳을 닮아가 있고, 그러다 보면 문득 불안해진다. 이건 정말 나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흉내내고 있는 나인가?
우리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고, 어쩌면 이름이 알려지고 싶고, 경제적 성과까지 바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기에, 그 욕망에 잠식되어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발전을 위해 따라 하다 보면 내가 흐려지고, 나를 잃지 않으려다 보면 멈춰 서게 될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글뿐만이 아니다. 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는 롤모델이 있을 것이다. 존경하고 닮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실종되고 ‘그 사람의 그림자’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은 쉽게 동화되는 존재라, 내가 어느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쫓고 있는 당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라.
쫓는 무엇이 아니라, 그 안에 당신 자신이 있는지.
만약 그 안에 ‘나’가 없다면, 그건 껍데기일 뿐이다.
아무리 빛나 보여도 오래 버틸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잊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를 닮아가는 문장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서 있을 수 있는 문장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