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는 꽃처럼 :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 사건의 발달
2024년 E학교에 근무하게 된 것은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
G학교에서 휴직포함 7년을 먼지같이 있으면서 만기가 되어 이동하려고 보니 나는 모은 점수가 1도 없었고 그렇게 3 지망에도 없는 E학교로 발령이 났다. 만기가 되어 나가려고 보니 딸 수 있는 점수는 상 받는 것 밖에 없었다. 상을 받든 못 받든 공적조서를 쓸 수 있는 기회는 한번. (그 당시 나는 알지 못했다. 공적 조서는 최대한 꾸며서 써야 한다는 것을.....) 최대한 있는 말 없는 말 다 끌어모아서 공적조서를 정성껏 보기 좋게 작성해야 하는데 나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 공적조서를 쓰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작년에 쓰신 분도 받았고, 재작년에 쓰신 분도 받았으니까.. 나는 왜 이렇게 안일했던 것일까.
사실은 여기도 비하인드가 있다. 동학년에 만기가 된 선생님이 나 말고 한 분 더 계셨는데(C선생님이라 하자) 교감선생님이 교육감상, 교육장상 두 개 있는데 둘이 알아서 정해오라고 하셨다. C선생님은 내가 측은했는지 먼저 쓰라고 하셨고(선의로) 그게 바로 교육감상이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리니 교육장상이 더 확률이 높다고 하시면서 정말 이거 쓸 거냐고 하셨다. 교감선생님이 교육장 받기가 더 쉽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교육감상 도전하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C선생님께 교육감상이 내려오고 교육장 상은 스승의 날이 지나서도 소식이 없었다. 5월 17일 즈음이었을까.... 정신없이 1학년 아이들과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웬일인지 교감선생님께서 다가오셨다. 그때 직감했다. 아... 난 안 됐구나..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내게 톡톡 두 번 어깨를 두드리며 "안 됐어...."라는 세 글자를 남기고 떠나신 교감선생님. 아니 솔직히 쓰라고 한 사람이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내가 확률 높은 오징어 게임에 참여했으니 내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교육장이라도 받았으면 동학년 밥이라고 사려고 했는데.... 이런 비보를 전해 들은 남편은 이런 후기를 남겼다.
" 교육청에서 하는 거 없어 보여도 다 알고 있다. 그렇지?"

생략된 말을 추측해 보자면
" 교육청에서 하는 거 없어 보여도 (너 일 안 한 거) 다 알고 있다. 그렇지?"
그래 남편아, 10년 넘게 내가 등하원 다 시켰으니 너는 발등에 불이 안 떨어졌겠지.
내가 가진 유일한 자랑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누구 도움 안 받고 애들 키워낸 거다. 심지어 산후도우미도 하루 만에 오지마시라 했으니 (이건 내 성격이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반성중이긴 하다.) 말 다했지. 두 번째는 사교육에 돈낭비 하지 않은 거다. (그건 돈이 없어서 그런가 아닐까?;;) 처음엔 잠수네랑 푸름이 따라 해볼 거라고 깝죽거리다가 일관성 없는 나를 발견하고 학원을 보내볼까 했는데 상담을 받아보면 집에서 하는 거랑 별 차이가 없어 보여서 다시 예스 24에서 문제집 사기 무한반복루프 중.
그 당시 첫째는 혼자 등교했지만 둘째는 아직 5살이었다. 그 이후에도 점수딸 수 없을까? 교감선생님 붙잡고 상 좀 타게 해달라고 말해볼까? 이런저런 생각만 했었지 실제로 옮기진 못했다. 7월인가? 청렴 관련 캘리그래피 교원 부분에 나가서 상 타면 점수가 될까? 싶어 알아보았지만 그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내신 쓰는 계절이 되어 첫째가 다니고 있고 둘째도 다니게 될 (둘째는 여기 병설유치원에 다님) 학교에 4번째로 내신을 썼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이제 와서 말이지 교육장 점수(0.7)가 아니라 교육감 점수(1.0)가 있었대도 난 안될 운명이었다. C선생님 역시 같은 학교를 지원했지만 2 지망으로 배정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3 지망에도 없던 E학교로 배정이 된 것이다. 오고 가는 인연 속에 그렇게 내가 떠나는 걸 축하해 줄 사람도 좋아해 줄 사람도 없이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전화위복 ( 재앙이 오히려 복이 되어 돌아오다.)
E학교는 2022년에 개교한 새 학교다.

선생님들은 알 거다. 학교마다 환경 편차가 얼마나 심한지. 요즘은 교실환경 개선사업이 많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진짜 낡고 열악한 학교도 꽤 많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E학교는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내 기준) 학교 주차장 옆으로는 새로운 대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신축아파트가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고 있었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교실도 새거, 컴퓨터도 새거, 칠판 TV도 새거, 화장실도 새거, 엘리베이터도 새거
YOL~~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게다가 다른 학교에서는 치열한 2학년 담임으로 배정되어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유~ 뽀시래기들 너무 귀엽다. 그래도 1년 구른 짬밥으로 아침활동 시간에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아무튼 아이들 상태는 okay
동학년 선생님들도 거의 비슷한 연령으로 특히 학년 부장님이 필요하지 않은 회의는 안 하는 편이었다. 그거 완전 내 스타일인데!! 업무 관련은 구글시트로, 큰 행사 때만 회의하고. 딱 좋아 딱 좋아. okay
사실 처음부터 모든 게 다 좋았던 건 아니다.
원래의 학교보다 4배는 멀어진 출근길로 최소 20분은 일찍 집을 나서야 했고 그전에 아이 등원까지 시켜야 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서 공무원 복무를 강조하시는 분으로 30분까지 교실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맞길 바랐다. (관리자가 되면 원칙주의자가 되게 되어있다. 내가 교장이라도 그럴 것 같다. 근데 난 교장이 아니야.ㅠㅠ) 할 수 없이 몇 달은 부산스럽게 다니다가 첫째를 등원도우미로 고용하기로 했다. 등굣길에 동생 등원시키기! 월급 3만 원. (아동학대 아닙니다. 자기 학교랑 붙어있는 병설유치원에 보내주고 가는 거라 돌아가는 거 아닙니다. 조금 귀찮고 남들이 보면 부끄러울 뿐.....)

세상에. 첫째 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고마워.
그리고 진심 엄마는 편하다.

둘째 옷도 안 입혀놓고 출근하며 이런 말을 남긴다.
첫째에게 " 00아~ **이랑 잘 가~ 좋은 하루. 고마워! 사랑해'"
둘째에게 "**아 누나 말 잘 듣고 빨리 옷 입고 가~ 사랑해 "
혼자 출근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육아워킹맘에서 점점 "육아"를 벗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