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와 코카콜라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쳐야 할까?

by 강점코치 모니카

우리 친정 엄마는 '뽀빠이'를 좋아한다. '뽀빠이'는 엄마가 '라면땅'이라고 부르는 별사탕이 섞여있는 맹맹한 맛이 나는 두꺼운 라면을 부셔놓은 모양을 한 옛날 과자이다. 우리 엄마는 어릴 때 학교가 끝나면 버스비 2원으로 라면땅을 사 먹고 십리 길을 걸어서 집에 갔다고 했다. 지겹지도 않은지 엄마는 마트에서 '뽀빠이'를 발견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시며 '뽀빠이' 한 봉지를 꼭 쇼핑카트에 담으셨고, 집에 와서 그걸 드실 때도 그녀의 어린시절 가난을 곱씹었다.


호주 사람인 우리 남편은 330ml 캔 코카콜라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용돈을 안 주셔서 학교를 마치면 버스비로 받은 1 달러로 코카콜라 한 캔을 사서 마셨고 십리 길을 걸어서 집에 갔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면 더 편할 텐데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부모님이 버스비 1 달러를 주지 않으시니 매일 코카콜라 한 캔과 십리 길 파워워킹을 맞바꾸었다고 했다.


디테일은 조금 달랐지만 79년생 호주 남자에게서 60년생 한국 여자의 삶을 보게 되다니 놀라웠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 밖에 못 나온 60년생 한국 여자는 자식들은 꼭 '머리를 쓰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랬다. 그래서 그녀는'몸을 써서' 번 돈으로 자식 교육에 집착했고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한 푼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79년생 호주남자는 자라서 시대를 역행하는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전 세계에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몰아쳐도 그는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모으는데서 행복감을 느낀다.


어린시절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두 사람을 통해 관찰하면서 나는 고민에 빠진다. 자식에게 경제적인 결핍을 가르쳐야 하는가, 가르쳐야 한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이다.


절약정신이 남달랐던 부모님으로부터 우리 남편은 만 16세 때 독립했고, 나 역시 힘들게 나를 키워낸 엄마를 돕고자 대학 때 부터 알바를 해서 월세와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썼고 등록금 역시 장학금을 일부 타면 부모님이나 언니가 돌아가며 도와주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호주 어학연수도 혼자 힘으로 다녀왔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생활력이 강하다거나 독립적이라거나 무인도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거라는 등의 평가를 하는 것은 살면서 내가 가진 결핍을 채워가며 내가 속한 집단에서 평균치만큼은 하려는 욕심으로 버티고 버티다 보니 자연스레 얻게 된 단단함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게 그다지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평이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단단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의 풍파 속에서 흔들릴 때 쓰러지지 않고 견디는 힘이 있다는 것이 절대적인 장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별다른 풍파 없이 평이하게 잘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주변에 있다. 내 아이가 그렇게 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건데, 부모로서 내가 굳이 아이에게 단단해지길 가르쳐야 할까?


지금의 내가 이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생채기 위에 상처가 덧나고 덧나서 굳은살이 배겨 온 과정이 있다는 말인데, 나는 내 아이들은 굳이 그렇게 상처를 안 입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한창 놀고 싶고 멋 부리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 못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져 속상했던 어린 나의 감정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서 내 아이들만큼은 비슷한 감정이나 서러움,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다. 나는 내 딸과 아들이 자라서 '뽀빠이' 나 '코카콜라'를 보며 아련한 마음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 같아선 아이의 경제관념이나 균형 따위 고려하지 않고 아이가 갖고 싶다는 것 해달라는 것 다 해주며 키우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늘 딜레마에 빠져있고 이성과 감정 사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주변도 돌볼 줄 알고,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잘 수행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이에게 얼마큼을 결핍을 주면서 키워야 하는 걸까? 적당하고 알맞은 결핍의 정도라는 게 있기는 있는 걸까?


대한민국 60년생이나 호주 태생 79년생이나 대한민국 83년생이나 각자가 지닌 결핍에 따라 돈에 대해, 자식을 어떻게 키울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은 시대와 국가적 배경을 초월한다는 생각에 코카콜라 캔을 보고 'We are the world.'를 새삼스럽게 떠올린 어느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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