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기는 쉬웠는데 내릴 수는 없는 엄마의 월급.

新소녀가장 9

by 강점코치 모니카

현정이는 교육에 관심이 없는 무심한 엄마 쪽에 속하는데도 초등학생 두 아들의 교육비로 월 15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다. 현정이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차량으로 안전하게 등하교를 시켜주는 태권도 학원은 필수로 보내야 되고, 아이들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 보내고 있는 프랜차이즈 영어 학원과 주말 스포츠 교실, 자잘한 학교 방과 후 수업과 학습지까지 비용을 모두 계산해보니 두 아이 사교육비가 월 150만 원은 우습게 넘었다.


그런데도 욕심 많은 큰 아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학원 수는 더 늘어나기만 한다. 요즘 아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학원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경우, 그 호기심과 비례해 학원비가 늘어난다. 현정이는 첫째 아들이 차라리 학원 가기 싫다고 울며불며 떼쓰는 타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둘째 출산과 함께 210만 원으로 올려드렸던 엄마의 수고비도 여전히 매달 드리고 있다. 현정이 어머니는 초등학생 두 손자들의 학원 일정과 오후 간식을 챙겨주시고 두 집 식구 모두가 함께 하는 평일 저녁식사를 준비하신다. 큰 장을 보실 때는 현정이가 같이 살 때 드렸던 장보기용 신용카드를 사용하신다.


현정이의 외국계 대기업 15년 차 차장 월급도 엄마의 수고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이체시키고 나면 카드비 낼 돈도 부족하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는 더 늘 것이고 엄마의 노동강도는 줄어들 테니 점점 현정이에게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엄마의 수고비를 줄이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당최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주가 한 명 더 늘어 수고비를 올려드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는데, 손주들이 커서 할머니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때가 되었다고 드리던 수고비를 줄이자니 이게 참 애매하고 조금 치사하게 까지 느껴져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현정이의 이모도 평생 동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모시면서 용돈도 드렸다. 딸만 둘을 두신 외조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인 이모의 아이들이 어릴 때 서울 이모집으로 합가 하시어 이종사촌들을 키워주셨고 지금까지 이모 부부와 함께 사신다.


현정이가 보기엔 이모와 이모부가 외조부모님을 '모시면서 용돈을 드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모의 언니인 현정이 엄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평생 이모의 '뒷바라지를 하시고 수고비를 받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종사촌들은 결혼해서 분가했거나 대학생이 되었고 외할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고 아흔이 넘은 외할머니가 하실 수 있는 집안일이 거의 없는데도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이모와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의 용돈을 외할머니께 보내는 것을 합리화했다.


현정이 보다 7살이 많은 여자 선배도 현정이의 이모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실은 선배가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는 입장인데도 선배의 형제들은 엄마를 찾아뵈러 선배의 집에 올 때마다 이 집 자식들을 거두고 이 집 살림을 도와주느라고 엄마가 고생이 많다며 한 마디씩 했다.


현정이가 보기에는 형제들이 나누어서 맡아야 할 늙은 부모봉양을 여식 한 명이 다 하고 있으니 이제는 오히려 선배가 형제자매들에게 인사를 받아야 될 것 같은데, 형제들은 선배의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님이 키워준 것을 족쇄로 삼았다. 선배를 평생 동안 부모 도움을 받고 사는 불효녀 취급을 했고, 선배가 늘 곁에서 부모님께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선배가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행여나 자신들에게 돌아올 부모봉양의 의무를 미리 차단시키는 것이리라.


현정이 이모와 현정이 사이에는 최근 들어 동지의식 같은 것이 생겼다. 이모는 현정이에게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말고 무리하면서까지 효녀 심청이가 되지 말라고 했다. 현정이 이모는 네가 어쩌다 나랑 똑같이 살게 되었냐고 말 끝에 한숨을 달았다.





사진출처 : https://smartstore.naver.com/mun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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