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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점코치 모니카 Oct 17. 2021

황혼육아의 끝은 언제인가.

新소녀가장 7

현정이의 친정부모님이 광역시 현정이네로 합가 하신 후 남동생은 고향 아파트에 혼자 지내게 되었다. 주말에 현정이 부모님이 들러 먹거리를 챙겨주시고 들여다보시곤 했다. 녹내장이 심해져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남동생은 여자 친구도 잃고 운전면허증도 빼앗겼다. 취업의 길도 막힌 남동생은 무기력하게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이모가 지인의 약국에서 일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어 서울로 올라갔다. 시력이 남아있는 날까지 동생은 일도 하며 사회 속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현정이의 고향집은 오랜 기간 동안 빈 집이 되었지만 황혼육아가 끝나면 현정이 부모님이 다시 채울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황혼육아의 끝은 언제인가...?


손주들이 학교를 갈 나이가 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고 막연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첫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현정이 부모님은 더 메인 몸이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는 9시에 등원해서 오후 4-5시까지는 한숨 돌릴 틈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은 말 그대로 등교시키고 돌아서면 바로 하교했다. 8시 30분에 등교해서 1시 전에 집에 돌아온 손주를 중간에 간식도 챙겨 먹여 가며 일정에 맞추어 학원을 보내는 것도 일이었다. 그나마 점심으로 학교급식을 먹고 오니 고마웠다.


학원 차량이 아파트 앞까지 오지만 초등학교 1학년이, 게다가 선머슴아 손주가 스스로 제시간에 방과 후 일정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학원 시간에 맞추어놓은 알람이 울릴 때마다 아파트 놀이터와 단지를 뒤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손주를 챙겨 학원차량에 태워야 했다.


최소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는 되어야 손주가 독립적으로 일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형과 3살 터울이 진 둘째 손주도 있다. 


앞으로 최소 6년은 더 황혼육아가 이어질 듯 보였다. 


현정이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온 지 벌써 4년째이니 손주들을 다 키우고 나면 강산이 한번 변한다. 그때 고향집에 돌아간들 이웃도 친척도 고향에 남아있는 끈이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고향집을 정리해야 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현정이 부모님이 투자목적으로 분양권을 사놓았던 아파트 입주 시기가 도래했다. 현정이가 사는 광역시에 아파트 분양권 투자가 활황이던 시절 '돈 넣고 돈 먹기' 식으로 웃돈 (프리미엄 혹은 피, 이하 피)을 주고 분양권을 사놓으면 몇 천, 몇 억씩 피가 붙었다. 


현정이 남편의 권유로 현정이 어머니는 분양가 2억 5천만 원인 34평 아파트를 분양 초기 계약금 2천5백만 원에 피 3천만 원을 얹어주고 매수를 해놓은 상태였다. 딸이 광역시에서 이사를 몇 번 거치며 자산을 불려 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았고,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사위의 확신에 힘을 얻어 묵혀두고만 있던 남편의 퇴직금으로 매수한 분양권이었다.


처음에는 오롯이 재테크 목적으로 매수한 분양권이었는데 입주 시기가 되고 보니 현정이 부모님은 그 아파트에 실거주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빠른 시일 내에 황혼육아가 끝날 것 같지 않고 생활권이 완전히 이 광역시로 옮겨진 상태이기에 나중에라도 고향에 돌아갈 의미가 별로 없어 보였던 것이다. 


현정이 부모님은 딸의 집에서 사는 동안 어린 두 손주를 돌보느라 집에만 갇혀 지내시는 날이 대부분이었기에 돈을 쓸 일이 없었다. 한 번씩 휴가를 가거나 주말에 외출을 해도 현정이와 함께였고 가족의 생활비와 식비도 모두 현정이가 부담했기에 현정이 부모님은 손주들 양육비로 받는 월 210만 원을 몇 년 동안 성실하게 저축하실 수 있었다. 


현정이 부모님의 은퇴 직후 전재산이었던 퇴직금 1억과 고향집 매도 금액 7천만 원을 합해도 총 매수 가격이 2억 8천 인 광역시 신축 아파트에 대출 없이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려면 1억이 넘는 돈이 더 필요했는데, 잔금 치를 돈이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현정이는 놀랍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이 고향인 소도시 구축 아파트보다 광역시에 신축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놓는 것이 훨씬 더 자산가치가 높을 것이고, 나중에 부모님의 수입이 완전히 끊길 경우 주택연금을 신청하셔도 충분히 생활 가능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는 입주시기에 분양가 대비 1억이 올랐고 현재는 분양가의 2.5배가 올랐다. 노후대책이 없는 상태로 은퇴를 하셨던 현정이 부모님은 황혼육아의 대가로 광역시 신축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셨고 큰 걱정 없이 여생을 보내실 수 있게 되었다. 


아픈 동생을 생각해도 부모님의 자산이 늘어나게 된 것은 현정이의 어깨에 실린 무게를 조금은 가벼이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현정이 부모님이 입주하시는 아파트는 현정이의 집과는 다른 구에 위치해있었고 어머니는 원래 운전을 못하시고 아버지는 청각장애 때문에 운전면허를 반납하셨다. 부모님은 버스로 출퇴근하며 손주들을 케어하시겠다고 했지만 어른들께 무리가 될 것 같았다. 부모님이 이사를 확정하시고 얼마 후 현정이도 같은 아파트 다른 동의 매물을 급하게 매수했다. 


비록 같은 아파트 다른 동이지만 4년 만에 현정이는 친정과 분가하게 되었다. 

친정과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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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www.lottecastle.co.kr/APT/AT00268/1215/eyeview/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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