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당시 블로그도 운영 중이었는데요.
블로그와 브런치는 참 다른 느낌이었어요.
정보획득 목적으로 후루룩 글을 읽고 나가는 분들이 많은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 독자분들은 긴 호흡의 글을 읽을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랄까요?
활자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글쓴이의 정성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분들이 모여있는 곳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읽기는 꾸준히 해왔지만 쓴 적은 없었던 제가 본격적으로 쓰는 재미에 빠지게 된 것도 브런치 덕분이었습니다.
가을즈음이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브런치 공모전이 벼락치기 방식으로라도 매년 브런치북을 한 권씩 발행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어요. 연말이면 한두 달 바짝 글을 모아서 20년, 21년, 22년 3년 연속으로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브런치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투고를 할 수도 있었지만 브런치 수상 작가라는 특별한 타이틀도 갖고 싶었고요. 뜨거운 여름 8월 즈음이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당선작가들의 대형사진이 걸리는 점도 참 부러웠어요. 광화문 교보문고에 대문짝만 하게 내 사진이 걸린다면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올라와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싶었어요. 그 인증샷이 왠지 평생 못한 효도샷이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은 저만 갖는 걸까요. ㅋ
인생은 삼세판이라는데 브런치 공모전 세 번째 도전에도 똑 떨어지고 나니 무척 속상했어요. 특히 22년도에 는 더 많은 출판사가 참여를 했던 해였죠. 50군데나 되는 출판사가 내 글이 출간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내 글이 큰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더 속상했나 봐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100군데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 무조건 출간은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브런치 공모전 결과가 나오자마자 출간기획서를 쓰고 '100번의 투고' 준비를 했어요. 첫 번째 투고 출판사는 지인이 책을 낸 적이 있는 곳으로 정하고 지인을 통하여 출간기획서와 브런치 링크를 전달드렸습니다.
이틀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다온북스 대표님이셨는데요. 브런치 글 3 꼭지를 읽고 바로 출간계약 결심을 하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99개의 투고 이메일이 세이브되었습니다.
브런치 공모전에 3 연속 낙방했지만 첫 투고에 출간계약을 했어요. 지금은 최종 PC교를 편집자님께 제출하고 표지디자인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올해 장미가 지기 전 제 첫 책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브런치 공모전에 습관적으로(?) 떨어지고 의기소침하신 분들이 쓰기를 멈추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소식을 전합니다. 브런치 공모전에 참여하는 출판사들은 전체 중 소수일 뿐이라는 것. 내 글의 매력과 가치를 특별하게 보아줄 출판사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고, 쓰기를 멈추지 마셔요.
어릴 때부터 책은 '훌륭한 사람'만 쓰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항상 저자들을 우러러보고 존경해 왔습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어떤 글이든 어떤 책이든 귀하고 소중하게 읽어왔습니다. 제 출간경험으로 훌륭한 사람만이 저자가 된다는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스스로 증명했습니다만ㅋ 제 글을 귀하게 읽어주실 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는 요즘입니다.
브런치 공모전에 떨어져도 괜찮아요.
멈추지 않으면 누군가는 알아봐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