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gen Sep 15. 2020

응어리를 풀다 - 상처 1

북아트 <풀다>

응어리를 풀다 - 상처 1



상처는 덮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사과로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지워주는 것이 우선인데, 사람들은 더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해줘도 잘못과 잘함이 상쇄되지 않는다. 진정한 사과만이 상대방에게 입힌 상처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 사과없는 친절은 모래위에 집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상처를 준 사람들이 기억하면 좋겠다.

가해자의 기억과 피해자의 기억은 그 내용도 다르고 흐려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만다라 / 카를 구스타프 융

티베트 불교에서는 만다라를 모래로 그린다. 제의를 위해 색모래로 만든 만다라를 의식이 끝나면 모두 쓸어서 강에 버린다. 덧없는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의미라고 한다.  여러 개의 만다라를 그려서 이렇게 책으로 묶는 나는 세상에 무슨 집착이 그리도 많은 것일까...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만다라를 심리치료 요법과 연관시켰다. 불교의 만다라와는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융은 자아탐색과 내적 통합과정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만다라를 그렸다.


만다라 그린 것을 연결하고,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만다라 이론을 함께 만들었다. 그 의미를 새기며 원형으로 편집했다.


한 때 화가 나면 메니큐어와 페디큐어를 하면서 화를 삭힌 적이 있었다. 손톱 열 개, 발톱 열 개, 예쁜 색깔의 에나멜 칠을 하고 말린 후 재차 덧 칠을 한다. 덧칠까지 다 말리려면 최소한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손톱 발톱이 에나멜의 고운 빛으로 반짝일 때 쯤엔 이미 화가 다 가라앉은 상태가 된다. 갑자기 내 손발톱이 화려해진 것을 보면 아이들은 긴장을 하지만...

그렇게 혼자서 화를 삭히느라 애썼던 때가 있었다. 그 하찮은 방법도 격한 심정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데 만다라를 그리는 인내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만다라를 많이 그렸다고 해서 우리 식구들이 내 화를 많이 돋궜다는 뜻은 아니다. 초집중하는 몰입의 시간을 즐겼다. 다른 그림에 이런 원색을 칠하면 보기 민망했을텐데 만다라는 밝은 색을 잘 받아주는 것이 즐거웠다.



광화문

나는 옛날의 광화문 길을 참 좋아했었다. 지금 사람들은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 때문에 은행나무 길을 질색하지만, 나는 은행나무가 주욱 늘어섰던 광화문 길을 좋아했었다. 가을이면 서울 시청에서 광화문 길을 따라 안국동 방향으로 주욱 걸어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걸음을 많이 걸었었다. 수 십년 전부터 해마다 걷던 길이었다.


어느 해, 그 은행나무들은 없어졌다. 뽑혀진 은행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던 나의 기억들이 흔들렸다.  나는 한동안 출렁거리는 멀미를 느꼈었다. 많은 기억의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진 그 길에 광장이 생겼다. 그리고 그 광장엔 슬픈 군상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어느 편에 속해있던 세상은 이 두 모습이 공존한다.


아픈 마음의 글

<한강로에서>  


주말 남영동에서 삼각지까지 걸어가는 밤.

몇 대인지 세지는 않았지만 남영동에서 삼각지까지 전경버스가 줄대어 서있었다. 현장투입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전경들은 음료수를 먹기도 하고 서로 장난질도 하며 닭장 차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장난질하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대기 차량은 몇 대로 그치지 않고 삼각지까지 빈틈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있을 시위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가슴 아프다는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육체적으로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저렇게 철없는 아이처럼 뛰어 노는 아이들이 어떻게 방패로사람을 내리찍고……..


불쌍한 아이들. 너희들이 왜 폭력진압의 앞잡이가 되어야 하는지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사이다 한 컵을 그렇게 맛있게 마시고, 여름 밤 닭장 차 밖으로 나와 밤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날아갈 듯이 좋은데, 또래끼리 어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까불며 노는 모습이 그렇게도 자유롭고 예뻐 보이는데, 어느 순간 너희들은 그 푸릇푸릇 예쁜 모습을 잃고 방패로 사람 머리를 내리찍는 폭군으로 변하는구나. 그래서 너희들은 가해자가 되는 거지. 이 시대의 아픈 피해자인 너희들에게 가해자라는 명패가 붙는다. 너희 어머니는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지고 이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온 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지내는 거지. 너희들의 어머니, 네 엄마말이다.

시위하다 죽으면 열사가 되고 전경으로 죽으면 개죽음이라는 몇 십 년 전 이야기가,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시대인가…….


너희 집 목욕탕에는 오래도록 습기 없이 마른채 꽂혀있는 네 칫솔, 네 책상 위에는 네가 보다 온 책들- 만화책이든 인문 서적이든, 그 책들이 주인 없이 책상을 지키는데, 네 엄마는 네가 좋아서 잘 먹던 반찬은 일부러 피해가면서 밥상을 차리겠지. 제복 속에 갇혀있는 네가 어느날인가 집에 오면 입으라고 멋진 티셔츠를 옷걸이에 걸어 둔 채 바라보고 있겠지.

어디선가 시위가 일어났다고 하면 네 엄마는 미친 듯이 거리로 달려나가 거기 네가 있는지 살필 거야. 시위대에서 의를 위해 항쟁하던 너의 위치가 이제는 진압하는 전경의 자리로 바뀌었을 뿐, 너는 네 엄마의 귀하디 귀한 아들이잖아! 너희들 모두들 귀한 아들들이잖아!


삼각지를 지나서 용산 쪽으로 계속 걸어왔다. 조금 더 걸어가면 용산참사의 현장이 있다. 이미 육신은 떠났지만 유가족들은 그들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다. 이 또한 가슴이 메어지는 현장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현장이다.


지금 이 시대에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은 문어적인 표현이 아니다. 물리적 현상이다. 그래서 그 찢긴 가슴을 봉합하는 방법도 문어적인 표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물리적인 봉합수술이 필요하다.



03.26.2010 / 04.16.2014

그 날이 다가오고......내가 할수 있는 무엇이든 하나는 해봐야지,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깊이가 15센티쯤 되는 터널북인데 정면 쵤영에서는 그 깊이가 느껴지지를 않아 좁은 칸 속에 오브제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 든다. 터널북을 꾸미는 동안, 지금이 바로 터널 속에 있는 상황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터널북에 이어서 아주 단순한 아코디언 접기를 하나 더 만들었다.

바다를 표현하기엔 단정하게 가위나 칼로 오리는 것보다 찟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런데 종이를 찢는 행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아~~~~~~~~~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



바다에 쓰여진 글

네가 아프면 나도 아파 /  너, 수많은 너들과 / 나, 수많은 나들이 뭉쳐진 / 우리, 우리들 /

그렇게 / 네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 네가 울면 우리들도 다 운다.


2010년 3월 26일 / 해군 PCC772 천안함 피격으로 / 46명이 /

2014년 4월 16일 /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304명이 / 3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를 /

4월의 벚꽃을 /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다음 글은 응어리를 풀다 - 상처 2입니다.


 


이전 11화 글 뭉치를 풀다 - 문학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