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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Sep 15. 2020

응어리를 풀다 - 상처 2

북아트 <풀다>

응어리를 풀다 - 상처 2


베를린 벽 박물관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념한는 날이다.

같은 날짜, 1990년 10월 3일은 동서독 통일의 날이다. 독일 통일을 전세계가 지켜봤지만 대한민국 국민처럼 남다른 감회로 그 역사를 주시한 사람들이 있을까? 지금은 통일의 노래 소리가 점점 사그러들고 있지만, 남북 분단 후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해왔다. 그것은 우리 마음의 노래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베를린을 여행하는 중에 <벽 박물관>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 남북의 벽도 허물고싶은 열망이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새카만 하늘 / 장벽을 넘자!  / 금빛 하늘을 새처럼 훨 훨 날자!


베를린 벽 박물관 안내장으로 만든 책. 자유를 상징하고자 금빛 새가 디자인된 표지를 사용했다.


여행을 다니면 가는 곳곳마다 많은 안내장을 가져온다. 가끔 열어서 읽어볼 것 같지만 사실은 상자 속에서 그냥 묵고있다. 스크랩 북을 만들거나, 지금 여기 포스팅한 것처럼 작은 책으로 만들어서 책꽂이에 꽂아두면 다른 책을 볼 때 가끔은 이것도 꺼내보게 된다. 안내문들은 거의 앞뒤로 인쇄되어 있으므로 두 장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앞 뒤로 붙여서 이렇게 다 볼 수 있다. 



땅 속 깊은 곳 - 1.지하 자원  

땅 속엔 참 좋은 것들이 많이 묻혀있는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몫을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이

다 뽑아 쓴다.

우리의 후손들은 텅 빈 땅 속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땅 속 깊은 곳 - 2. 폐기물

우리가 땅 속에 묻어둔 것들을 생각하면

다음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좋은 것은 다 파내어 쓰고

나쁜 것은 다 땅 속에 묻어두고

우리 후손들은 시한 폭탄 위에서 살겠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물과 광물을 다 파내서 비어있는 땅 속. 터널 북으로 지하의 깊이감을 표현했다.
반감기가 수백년 걸리는 폐기물까지, 온갖 폐기물로 가득찬 땅 속.

<지하 자원>은 땅이 보유한 자원들의 종류와 현재 남아있는 분량을 앞으로 얼마동안 쓸 수 있을지 과학자들이 분석한 자료들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표지에 붙였다.

<폐기물>은 각종 쓰레기들이 완전 분해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종목 별로 조사했다.


환경 관련  수필

<좋은 일 같은데, 그것도 환경파괴!>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을 보고 놀란다. 마치 내가 엄청난 독서를 하고 지적(知的)으로 무척이나 발달한 사람인 것으로 오해한다. 민망한 오해다. 지적 호기심은 남 못지 않게 많지만 진열된 책의 분량만큼 지식이 내 안에 쌓이진 않았다.


책꽂이에 진열된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고는 터무니없는 오해가 더 깊어진다. 종교책 서가에 기독교 책이 많은 것을 보고는 신앙심이 깊다는 오해를 한다. 환경 관련 책이 많은 것을 보고는 대단한 환경 운동가인 줄 안다. 제법 많은 인문 사회 계열 책들을 대하면 또 내가 그분야에 대단한 식견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다.


방문객이 소파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다가가는 곳은 CD진열장이다. VHS와 녹음테잎은 벌써 처분했지만 DVD와 CD는 아직 가지고 있다. 역시 책처럼 많다. 주로 클라식 계통이지만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 CD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다.

사람들은 우리 집의 이 품위있는(?) 전시품들로 나를 오해하고 지식과 교양을 겸비한 사람으로 치켜세우지만 그 물건들은 나의 몇 가지 잘못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내가 가진 책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졌는지 모른다. 나무를 펄프에서 종이로 만드는 과정 중에 소비한 전기와 물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뿐인가, 인쇄용 잉크가 제조되는 과정의 화학물질 남용도 크다. 친환경 잉크를 사용했다는 글귀로 살짝 덮어진, 콩과 쌀 같은 곡물들은 식량부족 국가 국민들의 생존식량이다. “환경보다 밥이 먼저다.”라는 외침이 고막을 때린다.

CD를 만들기 위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에 대한 환경호르몬 문제,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 읽는 사람은 지적인 사람, 음악에 조예가 깊으면 교양있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런 취미활동은 인격을 높여주는 것으로 오히려 권장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잘못이라는 인식없이 저지르는 환경파괴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심각하게 커다란 문제까지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자연 보호, 동식물 보호, 자원재활용, 지속 가능한 소비로 이어지는 환경관련 키워드 중에 대표적인 환경파괴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무심하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밍크코트 입지 않기,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잘해서 버리기, 일반 시민들은 이런 일들에 동참을 잘한다. 그런 의식이 없는 행동은 나쁜 짓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좋아 보이는 일에는 별 거부반응이 없는 것이다.

글 머리에 시작한 것처럼 독서와 음악 감상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벌목되는 나무와 플라스틱 폐해를 간과한다.


우리가 잘 저지르는 오류를 짚어보자.

밍크 코트를 입는다. 열악한 환경에서 밍크를 키우고 잔인하게 잡는다. 가죽은 그 동물을 먹기라도 하지, 밍크는 단지 옷을 만들기 위해서 죽인다. 모두들 이건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거위털, 오리털, 캐시미어, 토끼털은 인도적인가? 동물성 섬유가 비인도적이라 식물성 섬유만 사용한다는 것은 또 어떤가? 면화를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물은? 물부족 국가 국민들의 갈증을 외면하고 있다. 면화 농가들의 농약사용에 대한 부작용은 또 어쩔 것인가? 사회의 어떤 계층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 제품만 사용하지만…

그럼 옷을 입지 않아야 하나? 어떻게 안 입고 살겠는가. 소비를 줄여야 하고, 한 번 만든 제품은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잘 다뤄야 한다. 환경운동의 최전선에서 투쟁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코비드19 때문에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우리는 모두 여행을 꿈꾸고 있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인생공부는 다른 것과 비교할  없을 정도로 크고 유익하다. 지식으로나 감성으로나 여행은 우리가 성장하는 좋은 방법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행로이다. 그러나 여행의 교통수단이 소모하는 연료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것은   순간이라도 숨쉬지 않으면 죽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또한, 공기  문제를 넘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물론 지구 온난화는  교통수단 때문에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부터, 하다못해 소가 뀌는 방귀 때문에도 지구는 열을 받고 있다.

그럼 여행도 다니지 말아야 하나? 그렇게 극단적인 항의를 하지는 말자. 우리가 여행을 할 때는 자신의 탄소발자국에 대한 보상을 하는 작은 일부터 할 수 있다.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비용에 조금 보태는 아주 사소한 일이다.

탄소발자국이 많이 남는 것은 수입 농산물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예를 들어 아보카도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의학 전문가들은 숨가쁘게 칭송을 하지만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탄소배출은 어마어마하다. 그 뿐인가? 수익성 좋은 아보카도를 기르려고 지구의 허파인 숲이 파괴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입 과일 없이도 잘 살아왔다. 수입과일을 구매할 때는 이 문제도 염두에 두자.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예술은 원시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생활의 중심부를 차지해왔다. 종교 의식의 춤과 노래, 인류의 기록인 동굴벽화, 이런 출발이 예술이 되었다. "예술"은 따로 쓰이는 하나의 낱말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행위는, 그림을 그리는 매개제인 물감, 캔버스, 종이, 공연을 위한 의상 제작, 과도한 전력 소모,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분에서 공해를 배출하고 자원을 소모한다. 그럼 우리 인간이 어떻게 예술과 담을 쌓고 산단 말인가. 그것은 인간의 표현 본능인데.

너무 걱정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근래에는 지구 자연환경의 파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예술 행위도 많고, 그에 자극받고 공감하여 파괴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첫 발을 떼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도 예술이 담당하는 한 역할이다. 망가진 것을 복원하는 몫까지 예술의 영역에 들어간다.


 “재활용”이라는 달콤한 단어가 우리를 유혹하여 나 자신도 그 유혹에 염치없이 넘어가곤 한다. “재활용”이라는 비겁한 단어가 우리에게 면죄부를 주어서 내가 그 면죄부에 슬쩍 양심을 떠맡긴 사연도 많다. 그러나 나 나름 회개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빚 갚음을 하고 있다.

비행기 여행 후엔 탄소발자국 헌금을 한다. 작업하는 북아트에는 많은 종이가 소비되므로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에 아주 조금 비용을 보탠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을 의무적으로 만든다.

사실은 게으름 때문이지만 세탁물을 분류하면 양이 적어서 세탁기 용량에 맞도록 모아뒀다가 빤다. 수건 몇개 넣고 세탁기 돌리는 짓은 안한다.


우리의 생활은 무의식 중에, 죄의식 없이 많은 환경 파괴를 하고 있다. 그 범위와 행위를 일반인인 나로서는 죄다 열거할 줄도 모르고, 가능하면 안 쓰는 것 외에 지혜로운 소비생활을 잘 알지도 못한다. 그냥 얕은 상식을 살짝 뒤적여 봤을 뿐이다. 눈에 띠는 확실히 나쁜 영향을 넘어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짚어봤다.



민중의 소리

1984년 6월29일 <민중민주운동협의회>가 창립되었다. 1985년 3월29일 <민주통일국민회의>와 통합하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을 결성했다.

소식지 <민중의 소리>는 1984년 10월18일 타블로이드판 8면을 창간하였으나 바로 인쇄소에서 경찰에 압수당했다. 그것은 어찌어찌하여 내 손안에 들어왔고, 세월이 오래오래 흐르는 동안 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했다.


노동탄압 저지운동, 친일 세력에 대한 비판, 양심범 사면 운동, 해직 언론인 복직 요구 등 그 활동의 소식을 전하는 <민중의 소리> 창간호부터 모음.

두꺼운 수제종이에 배경색은 먹물을 먹였고 그 아래엔 세분한 대쪽을 심었다.  (우측) 늘봄 문익환 목사님.
상자 속에 접어둔 타블로이드 판을 환전히 펼친 모습(왼쪽)


나의 북아트는 기억의 창고, 현실의 동영상, 미래의 설계입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할 이야기가 많아서입니다. 

기억하고, 잊고싶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입니다. 

잊을까봐 두려워서 책속에 저장해두는 것입니다. 

간직하고픈 많은 것들을 애정어린 손길로 어루만지는 것이 나의 북아트 작업입니다.


김동길 교수가 감옥에서 석방되는 순간을 카메라에 잡은, 인터뷰 기사가 신문 전면을 뒤덮은 동아일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해 전에 마구마구 구겨서 던져버렸습니다. 책꽂이에 꽂혀있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도 처분했습니다.

아직 버리지 못한 작은 달력이 하나 있습니다. 오윤, 신학철, 민중미술 작가들의 그림이 들어있는데 마침 2개가 있으니 올해엔 북아트 작품으로 꾸며야겠습니다.



다음 글은 실타래를 풀다 - 바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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