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5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File:Marie Bashkirtseff - A meeting - Google Art Project.jpg - Wikimedia Commons
Marie Bashkirtseff <The Meeting> 1884, oil on canvas, 193X 177Cm.
Musée d'Orsay, Paris
도슨트 설명
1884년, 이 그림 <모임 Meeting>이 살롱에서 전시되었을 때 많은 대중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시는 됐지만 메달을 받지 못해서 바시키르체프는 낙담하고 분개했다고 합니다. 그림 속 장면은 어느 골목에서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둘러서서 무엇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림에서는 전혀 암시를 하지 않는군요.
작가는 여섯 명의 아이들 표정과 태도를 예리하게 포착했습니다. 가장 키 큰 소년이 손에 물건을 들고 있고, 둘러선 아이들은 그것에 관심을 보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요? 다리 벌리고 서있는 큰 아이는 당당한 자세로 버티고 서있습니다. 아마 골목대장인가봐요. 가운데 아이는 눈을 또렷이 뜨고 큰 아이의 손에 든 것이 아닌 얼굴을 바라봅니다. 다른 아이들은 물건에 호기심을 보이고요. 뒷모습을 보이는 작은 아이의 시선은 알 수 없지만 뒤통수를 보아 큰 아이쪽으로 시선을 둔 것 같지는 않아요. 그야말로 뒷짐지고 무심히 끼어있는 걸까요?
소년들의 허름한 옷과 신발은 그들이 하층계급 출신임을 나타냅니다. 나무로 된 벽, 판자에 적힌 낙서와 찢어진 포스터가 노동자 계급 지역임을 드러냅니다. 1880년대 초에 프랑스 정부는 무료 의무교육을 실행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교육이 큰 화제가 된 시기에 바시키르체프가 택한 주제가 바로 이 그림입니다. 작가 바시키르체프는 러시아 귀족 출신인데요, 일부 예술 평론가들은 그림 속 가난한 소년들의 묘사가 부르주아적 시선의 고정관념이라고 비평했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모두 남자 아이들이잖아요?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지적하기도 했답니다. 그림의 맨 우측에 혼자 걸어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요? 모여있는 소년들 틈에 함께 어울리지 않고 화면 밖으로 걸어나가는 듯한 이 소녀가 남녀의 사회 통합에 대한 열망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했어요. 바시키르체프는 그 시대의 페미니스트 투쟁에 참여했고 여성 혐오 사회를 비난한데서 이런 해석이 나온 것이죠.
과연 작가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노동자계급 지역의 모습? 가난한 아이들의 어울림? 여자가 배제된 모임을 보여주는 페미니스트 운동? 작가는 단명했고 작품을 많이 남기지 못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이 그림은 실제 있는 모습을 그대로 옮긴 자연주의 양식의 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