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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l 03. 2023

(8) 태풍이 쫓아오는 기분

ជួយ - Chuoy ជួយ - Chuoy"ជួយ - Chuoy

(이전 이야기)

비행기가 된 한 남자.

폭풍우에 휩싸여 비행기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비상주파수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A-11 태풍의 소녀]


  나는 태풍에 휩싸였다. 갑자기 방향을 바꾼 북태평양 쌍저기압이다. 아 푸시백카 삼촌이 알려줬는데. 비행기 기상 레이더에는 보이지 않았었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우박 맞는 소리에 손님들이 화학폭탄이 하늘에서 내리는 소리냐고 난리다. 폭탄도 아니고, 내리는 소리도 아니다. 먼저 화학폭탄이 아닌 우박폭탄이고, 위에서 내리는 게 아니고 아래서 위로 오르는 소리다. 얼음폭탄은 상승기류를 제대로 탔다.


  '폭풍 속으로 진입하였을 때는, 되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부기장은 매뉴얼에서 읽은 내용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하고 진행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적층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쪽으로 회피하면 괜찮을 거야 하고 기수를 틀면, 거기에는 또 다른 터뷸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진행하는 방향마다. 태풍이 쫓아오는 기분이었다. 


  부기장과는 반대로, 기장님은 강건했다. 눈에 확신이 있었으며, 최대한 이 위기를 해결 수 있는 듯이 보였다. 이와 같은 경험을 수없이 이겨낸 모습이었다.

  "기장님 아까부터 라디오 노이즈가 너무 신경 쓰이는데요. 스피커 볼륨을 아예 끌까요?"

부기장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기장은 볼륨은 조금 낮춰도 되지만, 끄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내는 공포로 뒤덮이고,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어른은 애써 침착한척하려 했고, 연인들은 서로 의지했다. 


[A-12 힌남노 화남]


  '아.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처럼 비행기로 바뀐 사람도 있는데 태풍으로 바뀐 사람도 있구나.'

태풍의 눈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했다. 저기압의 중심은 구름이 없기 때문에, 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울고불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먼발치에서 비행기인 나는 그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저기요!"


  잘 안 들렸는지 다시 한번 크게 외쳐본다.

  "살려주세요!! 헤이!!!!"


  소녀는 비행기인 나를 알아보는 듯하더니, 잠시 주춤하다가 더욱 화를 내기 시작했다. 풍속은 더욱 강해지고 적층운 구름은 더욱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다. 태풍이 해수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마치 '요놈 잘 만났다!' 복수심에 해코지를 하는 표정이었다.


  '아. 어떡하지... 기장이랑 부기장은 이미 패닉 상태인데.'


  이미 기내에 있는 대부분의 음료는 쏟아진 지 오래고, 식사들 역시 바닥에 뒹굴고 있다. 우는 사람, 소리 지르는 아기. 기도하는 사람. 아 이런! 시트가 젖은 자리도 여기저기 보인다.



[A-13 우박]


  적층운 구름이 피어오른다. 이미 구름이 산만큼 커지더니, 아래쪽에서는 수많은 수증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아래쪽에 있는 바닷물은 급한 속도로 산 높이의 구름으로 변하며 더욱 펴져 오른다. 올라가는 속도도 빠른데, 품고 있는 수분의 양이 엄청난다. 이미 구름의 색깔은 새까만 숯 색깔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주변으로 나타는 방전효과에 번개가 친다. 


  '저거 맞으면, 내가 빵꾸날 거 같은데'

  "살려주세요!!! 헬프미"


  이윽고 구름은 상승기류를 멈추고 하늘 위로 끌어올렸던 수분을 내 등으로, 옆구리로 꽂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탁. 탁. 탁. 탁. 탁' 

  우박이다.


  바닷물은 이미 4만 피트를 올라와서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나는 테니스 공만 한 얼음 둔기로 맞는 중이다. 처음에는 동체로 내리꽂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날개를 찌그러 뜨리며 내리꽂고 있다. 윙팁의 탄성이 좋길 망정이지 진작에 떨어져 나갈 뻔했다. 속수무책이다.



  [A-14 더치롤]


  정면에서 달려든 우박은 이미 칵핏에 있는 기장석의 윈드실드를 깨버렸다. 다행히도 5중으로 되어 있는 윈드실드는 겉 면만 박살 났지만, 기장은 이제 창 밖 앞을 못 본다. 급하게 부기장에게 비행기 조종권한을 위임했다.


  그때였다. 잠시 번쩍이더니 고요해졌다. 멍해지는 것 같더니, 타는 냄새가 났다. 귀는 멍멍하고, 눈은 서서히 앞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꼬리 날개가 서서히 아리더니, 너무 아프다. 잠시 후 힘을 잃은 수직꼬리 날개가 파드닥 떨리기 시작했다.


  내 몸이 흔들린다. 서서히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적은 범위부터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진동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빨라지기 시작했다. 꼬리 쪽에 앉은 승객들은 세차게 흔들려 머리를 창문에 찢을 뻔했다. 


  '큰일이다. 더치롤이다.'

  빨리 비행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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