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biny Oct 03. 2020

장거리 국제연애 시작

상하이편

그가 떠난 지 3일째이다.

그동안 내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슬퍼질까 봐 그러지 못했다. 이제야 글을 쓸 용기가 났다.

공항에서 그가 결국 힘겹게 게이트로 들어갔다. 다시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 혹시나 하며 뒤돌아보니 그 또한 마찬가지로 울면서 나를 다시 바라보고 있었다. 울면서 웃으면서 나를 다시 바라본 그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순간을 머리에 떠오르기만 해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여전히 그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집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길을 손잡고 걸었는데,


나를 기다리던 그곳에 그가 없는 걸 확인하고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네가 없으니 우리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더 이상 ‘그’ 장소가 아니다. 그럼 우리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건데 언젠가 기억이 희미해지면 우리의 추억이 조금씩 사라질 것 같다. 그 아름답고 따뜻한 것들이 조금씩 사라질 것 같아 슬프다.

결국 우리 관계를 어떻게 하기로 했냐면,
거리가 멀어진다고 헤어지고 바로 친구로 돌아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갈 것인지는 모른다. 이게 힘든 일이 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도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그만 두기로 했다.

그와 통화하며 그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마치 내가 진짜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가 나를 진짜로 바라보는 것만 같은데 그를 만질 수 없다는 게 괴롭다. 내가 만질 수 있는 것이 스크린뿐이라 이상하다. 내가 만지면 싫어하는 볼을 만지고 코를 비비고 그를 꼭 껴안고 싶다. 그가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뽀뽀해주고 자던 것을 상상하며 잠에 든다.


모든 것이 그립다.

—-—


그가 떠나기 몇 주 전부터 내 기분은 오락가락했다.
그를 신뢰하는 게 무서웠다. 사실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봐 두려웠다. 그에게 그가 떠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까 봐

사실 아무 이유 대지 말고 믿으면 되지만 한 번도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사람을 믿어본 적 없다. 이게 가능한 것인지도 몰랐으니 처음이라 서툴 수밖에 없다. 나의 마음을 몰라줘 서러운 마음에 혼자서 이리저리 흔들리다 결국 어느 순간들은 그 또한 아프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그리고 이 모든 나만의 생각은 나 자신을 외롭게 하기도 했다.
“얘기해줘 , 왜 그러는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 나를 완전히 드러내야 하니까 , 약한 모습까지도.

하지만 그 많은 시간들을 좀 더 울지 않고 울어도 그의 품 속에서 , 슬퍼도 그에게 왜 슬픈지 얘기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는 대신 그의 눈을 마주 보고 꼭 껴안아 줄 걸, 네가 얼마나 나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느끼게 해 줄 걸
그래서 네가 나의 사랑을 받고 더 더 행복해졌으면
사랑하는 리온아






매거진의 이전글 첫눈 오는 날, 그들의 속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