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코로나에 걸리면 동선을 검열받으며 뉴스까지 나오던 그때.
당시 초5, 7세, 2세 아이들과 아파트에 갇혀 배달 커피로 최소한의 행복을 느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정신을 붙들고 있기 힘들어 2021년 다 같이 제주로 무작정 떠났다. 고작 연세 계약이었지만 전입신고를 했고 아이들을 모두 전학시켜 2021년 3월 초6, 초1, 3세 제주의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동네는 어린아이를 찾아보기 힘든 아주 시골 마을. 한 학년당 한 반씩 있고, 한 반에는 15명 내외의 학생이 있는 아주 작은 학교였다.
편도선이 약해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팠던 첫째는 전학 후 한 달이 지나자마자 39도의 고열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게 되었다.
당시 육지에서 고열로 학교를 결석하게 되면 코로나라고 손가락질을 받거나 놀림당하던 기억 때문에 나는 우리 아이가 이 제주에서 역시 그렇지 않을까 더욱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으로 함께 커 온 아이들이었기에 전학생이었던 첫째 아이의 기본적인 학교생활이 걱정도 되었던 터. 집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코로나로 인한 고열은 아니었지만 열이 떨어질 때까지는 학교에 나갈 수가 없었다.
결석 첫째 날, 거실의 통창으로 보이는 우리 집 마당의 돌담 사이사이로 아이들이 숨어있는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뭐지? 누구지?"
아이들의 키득키득 웃음 참는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가만히 밖을 쳐다보았다. 첫째 아이가 2층 창문으로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돌담 사이로 머리 윗부분만 보이던 아이들이 뭔가를 우리 집 마당에 던져 놓고 도망갔다.
00아! 결석이 웬 말이냐!
빨리 학교에 나와라!
아이들이 던져놓고 간 것은 8절 종이를 스카치테이프로 이어 붙여, 우리 아이에게 빨리 낫고 오라는 약간은 과격하지만 귀여운 쪽지(?)였다. 종이의 뒤편에는 아이들이 평소 사용하는 듯한 새 펜들이 스카치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정성스레 만든 종이가 제주의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붙인 것이리라. 그 종이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펜이 아깝다는 생각도 없이 오직 자신들의 메시지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순수한 제주 아이들에게 이 걱정 많은 어른은 오히려 위로를 받았고 감사함을 느꼈다. 나나 우리 아이가 평생 살면서 앞으로 이런 따뜻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난 후 2022년 육지에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게 된 우리 가족은 모두 그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몇 억 이하의 아파트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이 동네 9살 아이의 말에 더욱더 그때의 그 제주 아이들이 보고 싶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