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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05. 2021

달콤한 줄 알았던 해골물로 얻은 깨달음 하나

사방이 모두 적이었다. 그들 때문에 결국 공황장애가 왔고, 그 적들을 피해 바다가 보이는 시골 주택으로 도망치듯 이사를 왔다.

집주인은 서글서글한 노총각이었고 매우 친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섣부르게 판단했다는 것을 알게 되다. 계약기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짐을 빼 달라며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했고 온갖 거짓말을 하며 그 집에서 못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

적들을 피해 도망 온 시골에서 새로운 또 다른 적을 만났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결국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 나는 이 먼 시골까지 온 것인가.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똑같은 해골물도 모르고 마시면 달고 시원한 물이 될 수 있다는 초등학생도 익히 아는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이 식상한 이야기를 잊고 현실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치곤 한다. 현실에서 막상 도망친 곳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있다면 도망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음에도 말이다.

비가 새는 곳에서 살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역세권에서 살든 지옥과 천국은 분명히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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