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매일 살피고,
친구 안부는 매일 물으면서,
내 안부는 언제 묻고 살폈니?
솔직히 말해서 나 되게 서운해.
네가 누구편인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어.
말로만 자꾸 내 편이라고 하면서, 하는 행동만 보면 딴사람 같아.
친구들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나랑 함께한 시간이 더 오래되지 않았어? 나랑 제일 많이 붙어 있었잖아.
이젠 내가 너무나 당연해진거야?
내가 무얼 먹고 싶은지,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내 생각과 의사는 전혀 신경 안쓰고 있잖아. 우리 관계는 대체 뭐야?
나는 그럼에도 혹여나 무리하게 선넘어 네가 상처받을까봐, 당황스러울까봐, 더 입 꾹 닫을까봐 그동안 계속 기다렸었는데. 그거 알고 있긴 하니?
그렇게 오랜시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내 기대와 달리 넌 아무말도 없더라. 흘러가는 시간에 파묻어 자연스레 보내기만 해버리고,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만 애간장타는 것 같아.
내가 나만 봐달라고 막무가내로 떼쓴적도 없고, 내가 나만 챙기라고 억지부린적도 없어. 난 그저.. 우리가 그만큼 오랜시간 함께 했으니까 조금이라도 나를 봐주길 바랬던건데, 많이 바랬던 것도 아닌데 진짜. 서운하고 속상해 정말로.
가끔은 내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내가 원하던 것도 아닌데, 넌 나를 신경쓰는지 안쓰는지도 모르게 그 일을 하고 있고. 하기 싫다고 그렇게 투정부리고 악썼는데, 또 너는 하고 있더라. 왜 내 의견은 물어봐주지 않는거야? 어렸을 때는 내게 먼저 말도 걸어주고, 웃어도 주고, 장난도 자주 치고 그랬잖아. 그렇다고해서 내가 마냥 어린시절 그랬던 추억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그날이 오길 바라는 것도 아냐. 나도 제법 너를 따라 자라나면서 제법 어른스러워졌거든. 나도 너 바쁘고 일상에 치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거 알아. 충분히 이해하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만 욕심 낸다면 나 한번만 봐주라. 내 얘기 한번만 들어봐주라. 또 내 생각도 좀 들어봐주라.
나중에 해 줄게 라고 그랬던 적 있지? 나중에 언제? 시간이 훌쩍 지나 내가 없어져버릴 때 쯤 일까? 그땐.. 네가 대화하고 싶어도 내가 이 세상에 없을 걸. 그땐 후회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을걸 정말. 그땐 정말 다 끝이거든 진짜로.
첫 문장 출처: 서툰 어른 처방전 / 박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