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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Oct 16. 2024

먹이를 찾아 헤매는 김과장을 보았나



사냥 준비가 끝났다.


오늘은 누구를 먹잇감으로 삼을까. 가뜩이나 기분도 꿀꿀하고 예민한데 누구 하나 잡혀봐라 아주 그냥 끝내버릴테니.


또 다시 찾아온 오늘이라는 고역.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야겠다 약속하지만, 진지한 다짐은 매일 아침 알람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버린다. 아, 출근하기 싫다. 오늘 따라 알람소리는 왜이리도 요란한지 귀청 떨어지겠네.

그래도 해야지, 난 우리 회사 윗물에서 노는 인사팀인데 그럼. 어렸을 때부터 궂은일 해가며 사회생활 일찍 시작한 나는 윗사람한테 철썩같이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표님한테도 신임을 얻고 있고, 왠만한 직원들이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서있다. 홀로 이 회사를 책임진다는 막대한 임무를 맡아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이런 외로움이라면 끝까지 견뎌내겠다.


5시 59분 50초가 되면 칼같이 퇴근하기 버튼을 누르는 날카로는 나. 어제는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버렸다. 대표님이 내년에 있을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자 갑작스레 불렀기 때문이다. 곧장 집으로 향하고 싶지만, 또 대표님이 찾으시면 찾아가는게 인지상정. 힘 있는 자리에서 무거운 일을 한다는 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은근 기분 좋기도 하다. 왠지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색다른 일이라서 그럴까.


7시즈음이 넘어야 겨우 퇴근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시간에 맞춰 타고자 허겁지겁 가방 쥐고 뛰었지만 눈 앞에서 사라졌다. 지하철 문앞에 바싹 붙어있는 이름모를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지만,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짝다리를 짚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른손엔 핸드폰을 얹어 검지와 중지를 그립톡 사이에 끼워 넣는다. 익숙하다는 듯 엄지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슥슥- 위로 스크롤 올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조금 기다렸을까, 미세한 바람과 함께 정차하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앉을 곳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는다. 역시나 없다. 대체 다들 몇 시 출근 몇 시 퇴근 이길래 이렇게도 나랑 겹치는지. 잠깐 날 세웠다 왠지 몇 정거장 안가 내릴 것 같은 사람을 대강 찍어본다. 저쪽 앞으로. 제발 내리길, 다음에서 내리길. 아뿔싸. 바로 옆자리가 빈다. 오늘의 빈자리 맞추기 로또도 실패로 돌아간다.





첫 문장 출처: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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