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는 그림을 그린다.
내가 그 시간에 그리는 그림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일번, 미래를 그린다. 비록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매일같이 사직서 곱게 적어 왼쪽 가슴에 품고 다니고는 있지만 미래를 그린다. 가슴뛰는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나. 어쩌면 당장의 꿈을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연봉과 시간 때문에. 머리로는 당장에라도 사표쓰고 하고싶은 일을 하겠습니다! 하며 과감히 그만두고 싶지만 아직은 사회적 쫄보다. 그래서 주말이면 그림을 그린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 글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가? 일기를 써도 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도 되고, 간청의 글을 적어도 되고. 맞다. 글을 쓰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연필을 꽉 쥘 수 있는 힘이 남은 사람이라면, 펜을 꼬옥 눌러 글자를 써내려갈 흰 종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글을 적는 일이다. 하지만 글이란 것에는 어쩌면 보여지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담긴 것이기에 조금은 부담스럽고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는 글을 끼적이는 사람이지만, 그 끼적인 글을 읽는 나의 독자들이 위로와 공감으로 하여금 힘을 얻길 바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려운게 틀림없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따스히 안아주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내가 글을 적는 일보다 더 소중하고도 큰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적는 것보다 그들을 담는 것이 더 위대하고도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랑을 그린다. 나는 사랑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눈에 한 번 들이면 다른 곳을 쳐다볼 정신따위 없는 나는 꽂꽂한 해바라기다. 당신들만을 사랑했고, 당신들만을 간절히 원했으나 당신들은 평생을 약속했으면서 오래토록 물 한번 주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는 더 이상 사랑따윈 하지 않겠다며 피지 않기로 다짐했다.
첫 문장 출처: 그리다가, 뭉클 /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