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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Oct 12. 2024

결혼.. 이거 맞아?



좋아 보이는 곳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00 웨딩홀, 대관비용 약 1,000만원'

미쳤다. 세상이 드디어 미쳐 날뛰다 못해 나사가 빠졌나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답게 우리 역시 그 흔한 웨딩 전용 카페에 가입했다. 곳곳에 숨겨진 정보를 더 캐내기 위해 앱도 몇 개나 설치했다. 정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복잡한 결혼 준비를 위한 첫 단계가 시작이 된 것이다.


1년 넘짓 만난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레 결혼을 결정했다. '일단 내가 지켜본다.' 했던 첫만남의 설렘이 편안함의 '아, 얘랑 살아도 되겠다.'로 은근한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뭣도 없고 준비된 삐까번쩍한 계획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 있었다.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 미래에 대비하려는 마음가짐, 훗날 생길 아이를 위한 희생정신 등. 나와 그의 성향으로 보아 도란도란 재미지게 잘 살것만 같았다. 돈은 없을지라도.


누구나 모르고 시작하지만 결알못인 우리는 '결혼'을 결정하면서부터 무엇부터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최근 결혼한 친구들에 물어물어 얻은 정보는 아무래도 식장잡기가 일순위라는 거였다. 비혼주의니, 저출산이니 사회가 떠들썩한데 막상 식장에 상담예약 전화를 돌려보면 1년 후까지 꽉 차있단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상담 예약을 하고 식장 투어를 하기 시작하면 금방 지친다는 친구들의 말에 따라 그와 나는 이른바 예식장 데이트를 시작했다. 어느 지역 식장이 좋을지 대강 위치부터 추린 후, 그 근방 식장을 검색해 지도에 표시했다. 토요일이 되기가 무섭게 우리는 미리 짜둔 계획에 맞춰 척척 움직였다. 자 오늘은 여의도부터. A 예식장을 들어갔다. 미리 예약도, 먼저 양해도 구하지 않고. 예약을 먼저 하면 왠지 바로 카드를 긁고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다. A 식장에 들어서니, 오늘의 신랑 신부가 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름모를 아리따운 분들, 결혼 축하드려요 하며 열심히 박수쳤지만 실은 우리의 두 눈은 식장 곳곳을 스캔하고 있었다.





첫 문장 출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송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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