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오는 게 아니라 함께 있을 때 더 자주 온다.
외롭다는 것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또 쓸쓸하다는 것이다. 주로 이런 외로움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물밀듯 밀려드는 것이다. 함께 있을 때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오랜시간 간직해오던 삶의 흔적과 나의 고유한 생각과 에너지를 나누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창 친구들을 만날 때, 사랑하는 연인을 만날 때,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한다. 이야기는 입으로, 입을 통해 말로 나누지만 실은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할 무언가를 바람 빠지듯 자연스레 흘려보내는 것과 같다. 함께 있다는 것은 포근한 담요 속에 있는 것처럼 따뜻함을 주기도, 또 한 번 살아내고 싶은 묵묵한 의지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없다는 사실은 더더욱 나를 공허하게만 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오는 외로움에 제동을 걸려면, 나의 내면을 더 자주 자세히 돌봐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에는 "커피 한잔할래?"하고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을게 아니라 내 안 곳곳에 숨어있던 여러 자아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잠깐 다들 모여봐, 그간 신경 쓰지 못했는데 오늘은 꼭 만나서 얘기 좀 하자." 하고 말이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 하지 않았던가. 일상을 살아가며 맺고 끊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그렇게 온통 나로 가득 채운 날들을 살아가며 함께 있을 때도 외롭지 않은 나로 살아가야 한다.
첫 문장 출처: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 김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