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은 추위도 유별났지만 큰 눈은 얼마나 또 자주 왔는지.
벌써 10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고 또 다른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떤 추위로 나를 깜짝 놀래킬지 겁나기만 한다.
나는 매년 다가오는 겨울을 심한 수족냉증으로 눈치채곤 한다. 가을 지나가기가 무섭게 손끝과 발끝이 시리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단 증거다. 차디찬 겨울을 또 어떻게 따시게 나야할지 고민이다. 작년보다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보내리라 다짐하여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수족냉증러의 겨울준비란 유난스럽기 짝이 없다.
작년 겨울, 나는 무얼 했었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고도 시린 겨울이었지만 따땃한 사람들과 함께여서 마음만은 뜨끈한 계절이었다. 몇 년째 같이 공부하고 있는 나의 동기들, 작년을 인연으로 올해까지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는 나의 남자친구, 겨울 끝무렵을 함께 겪은 나의 팀원들, 둘도없이 소중한 내 친구들, 그리고 매년 다른 추억거리를 쌓아가는 나의 가족들까지. 생각만해도 따시하다못해 벅차오르기까지 한 존재들이다. 세월이 주름져 갈수록 인연이란 알다가도 모를 것이지만 내 인연 만큼은 알 것만 같다. 아니 오래토록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나 기억나는 일화, 눈 내리는 날 막바지 스터디. 내리는 눈을 보는 것만 좋아하는 나는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나가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포슬하게 내리는 눈이 길바닥에 앉으면 질척한 회색빛 눈덩이로 변해버리고, 그 꾸정물이 온 사방에 튀어 내 옷을 더럽히기도 하니까. 게다가 수족냉증에게 눈이란 찬 발로 냉탕을 냅다 뛰어들어가는 것과 같은 격이기에 눈 내리는 날은 발 내딛기가 무서울 따름이다. 그치만 그 날은 유독 집에 있기만은 아까운 날이었고, 항상 그래왔듯 동기들을 만나 짧게 스터디라도 할겸 강남으로 나섰다.
버스가 미끄러지면 어쩌지, 사고라도 나면 안되는데, 길가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면 허리가 아작 나겠는걸, 이빨이 부서지면 틀니를 해야하나 온통 걱정거리를 가득 가지고 말이다.
첫 문장 출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