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깊은 바다를 대양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때때로 그곳으로 떠나기를 꿈꾼다.
내가 대체로 넓은 바다로 떠나기를 꿈꾸는 이유는 벗어나고팠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눈 뜨고 일어나 대중교통을 타고 회사로 출근하고, 그곳에선 숨 돌릴 틈 없이 업무에 치인다. 잠깐 짬이 나서 쉬어나 볼까 하면 그 꼴을 못 보는지 새 일거리가 마구 밀려들어온다. 머리에서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열 좀 식히면서 맑은 공기 한껏 들이켜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그 넓은 곳으로 뛰쳐나가 바닷바람 쐬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거다. 찌든 필터 교체 작업 중이랄까.
저 멀리 대양으로 가면 나는 주로 생각한다. 저 바다는 대체 어떤 성격을 갖고 있길래 사람들이 좋아할까 하고 말이다. 바다는 바람을 타고 잔잔하게 일렁일 때도 있고, 태양빛을 가득 머금어 반짝일 때도 있다. 또 어떤 날은 펄쩍 뛰며 거센 파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다른 어느 날에는 저 멀리로 자연스레 흘러가기도 한다. 바다는 하나일 뿐인데 때에 따라 다른 성격에 놀랍기도 하고 어찌 보면 사회생활 만렙인 것 같다.
쭈구리 같은 나는 팀의 분위기와, 팀장님의 기분과, 대표님의 컨디션을 하루죙일 살피느라 눈이 뻐근해 죽겠는데 바다는 자신 그대로 살아간다. 똑같은 매일을 살아가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꾸준함이라는 능력을 쌓아 가끔 반짝일 때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거나 부당한 일에 당당하게 말할 줄 알고, 가끔 필요하다면 멀리 나아갈 줄도 안다. 세상을 자신 그대로 살아가는 참으로 멋진 바다다. 어쩌면 떠나기를 바랐던 이유는 이 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 내게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첫 문장 출처: 모든 삶은 흐른다 / 로랑스 드빌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