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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Oct 08. 2024

한 여름 버스안의 전쟁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


짜증 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최대한 부드럽게 여유롭게 살아가자 다짐했던 어제가 무색하게 미간부터 찌푸려진다. 극도로 예민하다. 출근을 위해 올라탄 버스가 작았을 뿐인데, 왜 나를 그리도 치고 가냐고 왜 내게 그리도 붙어있냐고 묻고 싶을 뿐이다. 한껏 힘준 두 눈에 그 사이로 선명하게 주름진 미간이 어제의 다짐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알게 한다.


내가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 알리고 싶지 않은 부위에는 땀이 흥건해지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신체 곳곳에서 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나 그 열심을 응원하고 싶지는 않다. 그 땀이 지나가며 식어버린 곳에는 쾌쾌한 냄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 형용할 수 없는 요상한, 그리고 메스꺼운 냄새들이 내 코를 콕콕 건드린다. 힘들다 정말.


혹여나 나의 표정으로 하여금 누군가가 민망해할까 봐, 내가 뭐라고 내 눈치를 보며 더 땀을 뻘뻘 흘릴까 봐 애써 구겨진 주름을 이곳저곳 펴 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맡고 싶지 않은 냄새들이 안에서 진동을 하면 미간을 찌푸리다 못해 검지 손가락을 인중위에 툭 올려 손을 빨아들인다. 최대한 그 냄새가 내 콧구멍을 탐방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낸다. 웩. 제발 그만 다가와줘. 어떻게든 배려하고 상냥히 살아보려 했으나, 도저히 이것만큼은 안 되겠다. 누군가를 창피하게 하는 이놈의 몹쓸 버릇, 그치만 날 지켜주는 꽤 쓸모 있는 버릇이기도 한걸.




첫 문장 출처: 언어의 온도 /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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