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
짜증 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최대한 부드럽게 여유롭게 살아가자 다짐했던 어제가 무색하게 미간부터 찌푸려진다. 극도로 예민하다. 출근을 위해 올라탄 버스가 작았을 뿐인데, 왜 나를 그리도 치고 가냐고 왜 내게 그리도 붙어있냐고 묻고 싶을 뿐이다. 한껏 힘준 두 눈에 그 사이로 선명하게 주름진 미간이 어제의 다짐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알게 한다.
내가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 알리고 싶지 않은 부위에는 땀이 흥건해지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신체 곳곳에서 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나 그 열심을 응원하고 싶지는 않다. 그 땀이 지나가며 식어버린 곳에는 쾌쾌한 냄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 형용할 수 없는 요상한, 그리고 메스꺼운 냄새들이 내 코를 콕콕 건드린다. 힘들다 정말.
혹여나 나의 표정으로 하여금 누군가가 민망해할까 봐, 내가 뭐라고 내 눈치를 보며 더 땀을 뻘뻘 흘릴까 봐 애써 구겨진 주름을 이곳저곳 펴 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맡고 싶지 않은 냄새들이 안에서 진동을 하면 미간을 찌푸리다 못해 검지 손가락을 인중위에 툭 올려 손을 빨아들인다. 최대한 그 냄새가 내 콧구멍을 탐방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아낸다. 웩. 제발 그만 다가와줘. 어떻게든 배려하고 상냥히 살아보려 했으나, 도저히 이것만큼은 안 되겠다. 누군가를 창피하게 하는 이놈의 몹쓸 버릇, 그치만 날 지켜주는 꽤 쓸모 있는 버릇이기도 한걸.
첫 문장 출처: 언어의 온도 /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