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의 학원, 2관을 열다

원서 읽는아이들의 넥스트 스텝

학원은 살아있는 유기체



아이들의 아웃풋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면서 2관에 대한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원래 머릿속에 60프로 정도의 구상이 떠오르면 바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누구는 그런 나를 실행력이 좋고 열정이 넘친다고는 하지만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고 치명적으로 무계획적이다. 사고 먼저 치고 디테일이 없어서 뒷감당은 어떻게든 밀어 넣는 그런 식으로 일을 저지르며 살아왔는데 2관에 대한 것도 그랬다. 아이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게다가 이미 입이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그 입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담보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공매로 낙찰받은 70평의 상가는 나의 학원을 빼고 나머지 공간은 이미 다른 임차인을 들인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공간을 모두 내 것으로 쓸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수업이 끝나면 다른 학원 자리를 보러 다녔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참 어지간한 세월들이었다. 낮에는 전쟁 같은 수업을 하고 밤이 되면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상가를 찾으러 주변을 돌아다녔다. 정말 신기했다. 학원일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자라나고 스스로 갈길을 찾았다. 내가 앞서서 갔다기보다는 일이 나아가고자 하는 앞길을 그냥 열어주기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꼬를 터준다는 뜻이 이런 것 일 게다. 포화상태의 학원에 물꼬를 터주느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지 두 달이 좀 지나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적당한 크기의 상가를 찾았다. 하루 이틀을 고민했고 바로 계약을 했다. 상가를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중등관을 열었다. 중등관의 개관을 알리면서 두 차례의 설명회를 했다. 2017년, 늦가을 또는 막 겨울 초입에 들 던 10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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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읽는 아이들을 위한 넥스트 스텝, 비욘드 리딩 영어


설명회는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지만 엄마들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진지했고 뜨거웠다.

입시지옥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영어를 해야 했다. 아이들을 공부로 몰아붙이는 엄마들도 사실은 그런 영어를 원하지는 않았다. 엄마들도 시험영어의 최대 피해자였다. 8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여행을 가서도 자신이 원하는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음에 그들도 절망했다. 자식만큼은 살아있는 영어, 말하는 영어를 원했으나 달리 방법을 몰라서 똑같은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에는 모두 수능 영어를 치를 것이지만 적어도 초등영어의 시작은 듣기부터, 그리고 그 목표는 말하는 영어가 돼야 한다. 듣고 말하고 거기에 엄청난 양의 원서를 읽히는 것이 우리 학원의 목표이다. 이렇게 키운 아이들의 입을 열어주는 공간과 더불어 고학년이 되면 본격 시험영어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이 바로 이곳임을 엄마들에게 열의와 끈기를 갖고 설명해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새롭게 결심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첫 마음이 생각났다. 처음에 공부방을 열었던 10년 전에 영어는 듣기 먼저 해야 한다고 외쳤을 때 그때는 미친 여자였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본의 아니게 앞서가는 여자, 뚝심 있는 여자가 돼있었다. 단어 암기도 해석도 없이 심지어 영화를 보여주는 곳인 나의 공부방은 세상에 없던 이상한 공부방이었다. 이제 그 이상한 공부방은 학원이 됐고 100명의 아이들이 그 방식으로 수업하는 학원이 됐다. 그런데 다시 오직 시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중학영어 사교육 시장에 원서 읽기도 계속해야 한다는 이상한 중등 영어학원이 생겨났다. 세상이 몰라줘도 상관없었다. 언제는 뭐 세상이 날 먼저 알아줬던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자체에 목표가 있었고 나는 그 할 일을 다 하고자 노력했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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