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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제인 Aug 15. 2021

똑바로 걷는 오리의 소원

소원을 위해 북쪽 얼음 호수로 고니와 함께 떠나는 오리

< 1 >


 남쪽 아름다운 강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 발견됐다. 강터에 사는 동물들은 이 알이 무슨 알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순간, 알에 금이 가더니 오리가 태어났다. 그 오리는 물갈퀴가 없었다. 동물들은 불길하다 생각해 오리를 내쫓으려 했지만 나이 많은 수달이 오리를 불쌍히 여겨 데려가 키우는 걸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갈퀴가 없는 오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꽥꽥’ 이 아니라 ‘삐삐’ 하며 울었고, 날개는 제대로 펴지지 않아 날지 못했다. 그리고 물갈퀴가 없어 헤엄을 못 쳤다. 심지어 다른 오리들처럼 뒤뚱뒤뚱 걷지 않고 똑바로 걸었다. 동물들은 오리를 보며 “뒤뚱거리지 않고 똑바로 걷는 오리라니. 세상에!” 라며 수군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오리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리는 강변에서 자신의 유일한 편인 수달에게 자신은 왜 남들과 다른지 물어봤지만 수달은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다만 그런 오리를 불쌍히 여길뿐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껴안아 주었다.



< 2 >


 그러던 어느 날, 남쪽 아름다운 강터에 지혜로운 두루미가 방문했다. 지혜로운 두루미는 강터에 방문할 때면 어린 동물들을 모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이번 이야기는 백조자리가 만들어진 전설이었다.


 “옛날 옛날, 못생겼다는 이유로 모든 동물에게 괴롭힘을 받다 북쪽 얼음 호수로 쫓겨난 미운 오리가 있었지. 미운 오리는 그곳에서 살을 에는 칼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꿋꿋하게 버텼단다. 그리곤 생각했어. 서로를 절대 미워하지 않는 마을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미운 오리는 그 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얼음 호수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이를 지켜본 하늘신은 미운 오리를 불쌍히 여겨 백조로 만든 뒤, 북쪽 밤하늘 별자리로 만들었지. 그 후, 백조자리가 밤하늘에서 가장 환하게 빛날 때, 북쪽 얼음 호수 중앙에 있는 작은 섬에 들어가 별빛이 머무는 바위에 손을 얹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단다.”


 다른 어린 동물들이 끼워주지 않아 구석에서 몰래 이야기를 듣던 오리는 희망이 생겼다. 바위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어 백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부러워할 텐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오리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오리는 전설 이야기를 수달에게 말하며 소원을 빌러 북쪽에 가겠다고 말했다. 수달은 추운 북쪽에 가려는 오리를 반대하려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오리의 눈동자를 본 순간 반대를 할 수 없었다. 백조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리라 결심한 오리는 수달을 뒤로한 채 북쪽 얼음 호수를 향해 똑바로 걸어 나갔다. 나이 많은 수달은 똑바로 걸으며 떠나가는 오리의 뒷모습을 묵묵히 쳐다봤다.



< 3 > 


 똑바로 걷던 오리는 어떤 저수지에서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가 난 쪽으로 가보니 덩치가 크고 깃털이 없는 고니가 울고 있었다. 그 고니는 자신이 덩치가 커서 동물들이 무서워해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인근 농장 인간 아이들의 불장난에 깃털이 타버려 울고 있는 중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오리는 고니에게 백조자리 전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같이 소원을 빌러 가자고 말했다. 고니는 덩치가 작아지고 깃털이 다시 자라길 원했기에 오리와 함께 북쪽 얼음 호수로 향했다.


 오리와 고니는 숲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공터가 있었다. 그곳엔 팔색조, 울새, 두견이, 뻐꾸기 등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알려진 새들이 모여 합창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오리와 고니는 황홀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합창 중이던 새들이 인기척을 느껴 바라본 곳에는 오리와 고니가 있었다. 그중, 깃털이 없고 덩치가 큰 고니를 보고 무서워 비명을 질렀다. 고니는 새들의 비명이 자신 때문이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당황한 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삐삐’ 하고 울었다. 새들은 오리의 울음소리를 듣더니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라며 자기들끼리 재잘거렸다. 그리고 울고 있는 고니에게는 사과하고 오리한테는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라며 자기들과 같이 합창을 하자고 제안했다. 오리는 엉겁결에 새들과 합창했다. 엉겁결인데도 불구하고 오리의 울음소리는 새들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합창이 되었다. 합창을 듣던 고니는 신이나 자신의 큰 발로 땅을 찼다. “쿵! 쿵!” 그러자 훌륭한 박자가 생겨 합창이 더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신이 난 새들과 오리는 더욱더 흥겹게 합창했다. 합창을 마치고 새들은 오리와 고니에게 다음에 또 합창을 하자고 재잘거리며 자신들의 둥지로 날아갔다. 오리와 고니는 뜻밖의 경험에 마음이 간질거렸다.


 북쪽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고니는 깃털이 없어 추위를 더 잘 탔다. 오리는 자신의 깃털을 뽑아 엮어서 고니에게 옷을 만들어주었다. 덩치가 큰 고니에게 깃털 옷은 작았다. 하지만 고니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함을 느꼈다.


 북쪽 얼음 호수로 가기 위한 큰 관문인 빙산이 오리와 고니를 반겼다. 빙산은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리는 전혀 미끄러워하지 않았다. 물갈퀴가 없기 때문일까? 오리는 알 수 없었다. 반면 고니는 자꾸만 미끄러졌다. 좌절감에 고니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오리는 그런 고니를 뒤에서 받치며 빙산을 올랐다. 고니는 자신을 도와주는 오리를 보며 더 이상 울 수 없었다.


 여정 끝에 오리와 고니는 북쪽 얼음 호수에 도착했다. 소원을 빌러 작은 섬에 가야 했지만 오리는 물갈퀴가 없어 헤엄을 못 쳐 작은 섬에 갈 수 없었다. 그리고 날개를 펴지 못해 날지도 못했다. 오리는 끝이라 생각했다. 고니는 그런 오리를 자신의 등에 태워 얼음 호수를 헤엄쳐 건너기 시작했다. 호수의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깃털이 없는 고니는 이를 악 물고 작은 섬을 향해 헤엄쳤다. 오리는 고니의 등이 무척 넓고 크다고 느꼈다.



< 4 > 


 도착한 작은 섬에는 백조자리 전설 이야기대로 별빛이 머무는 바위가 있었다. 둘은 반짝이는 바위를 보며 기뻐했다. 그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바위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었다. 둘은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도 오리는 백조가 되지 않았고 고니는 덩치가 작아지지도 깃털이 자라지도 않았다.


 “소원은 없었어.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백조가 되지 못했지만 고향에 돌아가야겠어.”


 백조가 되지 못한 오리는 수달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고니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들은 얼음 호수의 작은 섬을 나와 서로 앞길을 응원하며 헤어졌다. 오리는 떠나는 고니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어디선가 부는 산들바람에 따라 고니 뒤로 솜털 같은 작은 깃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 5 > 


 남쪽 강변 동물들은 멀리서 어떤 동물이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 그 동물은 오리 같았는데 뒤뚱뒤뚱 걷지 않고 똑바로 걸었다. 아름다운 강변으로 똑바로 걷는 오리가 돌아온 것이었다. 강변 동물들은 오리를 가리키며 “똑바로 걷는 오리가 돌아왔다!” 라며 서로 수군거렸다. 동물들은 오리가 자신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수군거림이 잦아들었다. 고향에 돌아온 오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똑바로 걸었고, 그 어느 때보다 눈동자는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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