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늘 고민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내 생각을 적어보기. (사실 걍 이렇게 살면 행복하겠다~라는 주절거림에 가까움)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일정함"이 기반일 때였다. 변칙적인 삶보다는 매일매일의 시작이나 끝에 내가 예측할 수 있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게 나를 안심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나에게 행복은 곧 불안의 부재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걸 추가하기보다는 불안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나한테는 행복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감정은 '불안'이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본다. 누군가는 우울이 힘들 거고, 다른 누군가는 무기력이, 또는 분노나 죄책감이 가장 괴로운 사람도 있을 거다. 어쨌든 나도 그 감정들을 모두 겪어봤지만, 가장 극복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늘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건 '불안'이다. 나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순간'이 잦다.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 그 원인을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이미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즉흥적으로 (심할 땐 충동적으로) 굴 때가 있다. 뜬금없이 불안하다며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없던 일정을 만들어서라도 거슬리는 일을 먼저 (무리해서) 처리하기도 한다. "저 언니가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면, 그건 병적인 불안증이 도진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견디고 넘어간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불안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나의 행복을 지키는 방법이다. 주로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서 쉽게 불안을 느끼고, 또 전에 마주한 적 없던 상황에 대해서는 해결방법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꾸만 '단조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살면서 '지루하다'는 감정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 혼잣말로도 심심하다고 말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만큼 나는 규칙적인 걸 좋아한다.
둘, 나는 자연 속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자연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때로는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안에서 자꾸만 바뀌는 건 나뿐인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 한결같다. 그래서 사람의 기척 하나 느낄 수 없는 자연으로 도망가는 날도 잦다. 제주도에 살 때는 그런 곳이 나의 집이었기 때문에 광활한 자연에 대한 갈망이 적었는데... 이젠 자연이 참 절박해졌다. 도심에 살고 있는 지금은 때때로 여행을 떠나거나,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햇빛이 잘 드는 거실에 누워서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라도 자연을 느낀다. 오늘도 태양을 마주한 채로 태양경배자세를 20번쯤 반복하다가 햇볕 아래서 낮잠을 취했다. 얼마나 좋던지.
행복이라 건 정말 거대하고도 사소해서, 영원히 취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원래부터 내 손에 쥐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가령 나는 멀리 외출하는 날엔 너무 귀찮고 피곤하다가도, 버스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수십 번 반복해서 들을 때 행복하고, 지옥철을 타야만 하는 인천살이가 관두고 싶어지는 날에도 아주 작은 친절로 타인의 감사 인사를 들으면, 세상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며 행복해한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 맨눈으로 볼 땐 흐릿하고 안경을 쓰면 또렷해지는 내 시야처럼(ㅋㅋㅋㅋㅋ) 그것을 통찰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만 그것으로 향하는 길이 선명해지는 것 같다. 많이 우울한 날엔, 엉엉 우느라 안경에 김 낀 날엔ㅋㅋㅋㅋㅋ 행복 같은 거 영원히 취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찬 물로 세수 싹싹 하고 기지개 한 번 키고 멀리 바라보면, 시야가 또렷해진다.
그래서 결론은!!! 행복은 달? 또는 엄청 우뚝 솟은 산? 같은 거대한 자연물 같다고 생각한다. 의식하고 바라보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땐 절대 보이지 않는 그런 것. 평소에 매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그 실체는 사실 엄청나게 거대한 그런 것. 나는 행복의 특징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