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필요하지만 필요하지 않고 어렵지만 쉽다. 나는 소비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캐릭터, 소품을 사거나, 먹고싶은 음식을 별 고민 없이 원할 때 마다 먹거나, 갖고 싶은 물건은 고민하는 척 하며 어떻게든 구입했다. 이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혹은 정말 좋아해서 소비를 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도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소비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며 적절한 소비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런데 ‘의’는 생존을 위한 것 보다 이미 넘쳐나는 소비로 인해 풍족하기 때문에 잠시 제외하겠다.
‘식’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소비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식’을 해결하기 때문에 나름의 카테고리를 나눠보려 한다.
1) 식재료
요리를 해서 ‘식’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자 가성비가 뛰어난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마트에만 가도 너무 다양한 재료들이 널려있어서 충동구매의 위험이 있다. 요즘은 물가도 비싸서 샀다 하면 10만원은 그냥 넘어간다.
과한 식재료 소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입할 목록을 미리 작성한다. 여러가지 음식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부터 먹고싶은 것 까지.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하게 작성만 해도 과소비를 막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냉장고에서 먹을게 없을때까지, 최대한 미뤄서 장을 본다. ‘냉장고 비우기’를 하기 위해 매번 노력하는데, 1인가구라서 식재료가 많아지면 먹어 치워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음식이 상해서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고, 가장 신선할 때 부지런히 만들어 먹기 위해서 반 강제적으로 냉장고 비우기를 하고 있다.
2) 배달음식과 외식
과거에만 해도 외식은 가족행사처럼 여겨져서 즐거운 추억이었는데, 요즘은 배달음식이 훨씬 많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혼자만의 외식을 하게 되고, 죄책감이 생기고, 살이찐다.
나는 한때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폭식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순간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스트레스 받는다 = 폭식한다 = 배달음식, 이런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심지어 배달 음식은 비싸다. 1인 가구에게는 과한 한 끼 식사 비용이고, 음식은 항상 남아서 결국 버리게 된다. 배달을 한참 시킬 때에는 안되겠다 싶어서 소비를 제한했다.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두번. 차라리 밖에서 혼밥을 하고 집에 들어오자, 생각했고 의도적으로 소비를 참았다.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요즘은 평균적으로 한달에 두번 배달음식을 먹는다. 나름의 기준을 뒀는데, 배달 음식 중에서도 음식이 버려지지 않도록, 소분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주문을 한다. 간편하고 맛있는 배달의 유혹은 계속되지만, 나의 건강과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3) 간식
과일처럼 건강한 간식만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하루에 한 잔, 커피를 꼭 마시고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전부 좋아하는데 요즘은 밥보다 디저트가 더 비싸다. 마음 먹고 딱! 안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익숙한 맛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가계부를 작성해보면 생각보다 간식비로 많은 소비를 한다. 그래서 매일 마시는 커피는 대량으로 구입하여 먹고 있다. 카페를 가면 커피만 먹지 않고 간단한 디저트를 함께 사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러한 2차 소비도 막을 수 있게 되었고 집에서도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밀가루도 3일 연속으로 생각나지 않는다면 먹지 않는다. 3일 내내 생각나는 간식이라면 불쌍해서 나에게 동정하는 기분으로 마지못해 소비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3일 내내 먹고싶은 생각은 드물다. 먹고싶다 = 먹는다, 라는 공식을 없애니 건강에도 좋고 소비도 줄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