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큼한 냄새가 배어있는 손으로 보내는 신뢰

[G] Grasp

by 오환

분유를 타고, 젖병을 건네고, 기저귀를 갈며 조금씩 손에 익어가던 어느 날, 나는 아이의 손가락에서 또 다른 감각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기의 손은 말도 안 되게 작다. 너무 작아서 손톱을 깎아주려고 해도 조심스럽다. 처음에는 늘 손싸개를 해줬다. 얼굴을 할퀼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손싸개를 한 그 손으로 내 검지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건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내겐 어떤 말보다 강렬한 언어였다. ‘놓지 않을게요.’ 작고 여린 손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신생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여러 가지 원시반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잡기반사(grasp reflex)’는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손바닥에 닿는 자극에 반응해 손가락을 꽉 쥐는 이 반사는 생후 몇 개월까지 지속되다가 점차 사라진다고 한다. 쪽쪽이를 물려줬을 때, 그리고 아기를 안아줄 때 아내와 내 손가락을 작은 손으로 잡아보기도 했는데 한 달도 안 된 아기의 연약한 손이었지만, 그 쥐는 힘은 놀랍도록 단단했다. 우리가 먼저 잡아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를 먼저 붙잡았다는 감각—그것이 묘하게 뭉클했다. 우리 손가락을 잡지 않을 때에는 혼자 주먹을 쥐고 있곤 했는데 그 바람에 종종 그 작은 손에서 시큼한 식초냄새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너무 귀여웠다.


‘Grasp’라는 단어는 단순히 ‘잡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중세 영어에서는 “손으로 더듬다, 감지하다”는 뜻으로 쓰였고, 인도유럽조어 ghrebh-에서 유래해 ‘붙잡다, 도달하다’와 ‘이해하다’라는 의미를 함께 품었다. 손으로 쥐는 것과 마음으로 파악하는 것—이 두 감각은 어원적으로도 애초부터 맞닿아 있었다. 신생아의 본능적인 손짓 안에 이미 관계 맺기의 본질이 담겨 있다. 아이의 손이 나를 붙잡을 때, 나는 동시에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붙잡히는 사람, 누군가가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 손길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다. 누군가의 삶에 단단히 붙잡혀 있다는 감각, 그것은 부모로서의 존재감과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신호다.


우리는 때때로 ‘붙잡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관계에서, 사회에서, 어떤 책임에서. 하지만 아이의 손에 붙잡히는 순간, 그 두려움은 ‘신뢰’로 바뀐다. 나는 그 작은 손이 내게 건넨 신뢰를, 따뜻한 분유와 부드러운 이유식, 그리고 하루하루의 돌봄으로 되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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