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을 때

말씀 쿠키 153

by 나길 조경희
2021.12.29수.jpg


화가 났을 때


화가 났을 때 참기는 참 어려워요. 한두 번은 꾹꾹 눌러 참다가 한꺼번에 폭발하기도 하고 화를 차곡차곡 쌓아 한국에만 있다는 화병이 되기도 해요. 그렇다면 욱하지 않고 안에 쌓아두지도 않으며 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람마다 화가 났을 때 해결하는 방법이 달라요. 화가 난 대상을 향해 적절하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남편에게 화가 났는데 자식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대상을 향해 화를 풀어내지 않고 스스로 소화해내는 방법도 있어요. 화가 났을 때 맛있는 것을 먹거나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등등 화가 난 상황을 잠시 벗어나 다른 행동을 하다 보면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감정이 정리돼요.


화가 났을 때 하는 루틴은 화를 꾹꾹 눌러 참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저는 화가 나면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서 풀을 뽑거나 눈을 감고 멍 때이고 앉아 있거나 해요. 그렇다고 화나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요. 내 감정이 정리되어 노를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다스려지는 정도예요.


아이들은 다른 것 같아요. 금방 소리 지르며 싸우고도 조금 있으면 함께 놀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은데 아이들은 그래요. 어느 날 소리에게 조금 전에 싸웠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놀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어요. 소리는 그냥 심심하니까 논다고 해요. 조금 전의 화나는 감정을 계속 끌고 다니지 않는 것이 신기했어요.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어리석은 사람은 노를 드러내고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억제한다고 해요. 여기서 억제한다는 것은 꾹꾹 눌러 참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만들라는 얘기라 아니라 화가 났을 때 화를 풀어내는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고 풀어내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요.


화가 났을 때 화를 풀어내는 나만의 루틴이 두세 가지는 되어야 한다고 해요. 가령 걷는 것이 루틴이었는데 마침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그날 폭풍우가 친다면 걸을 수 없을 거예요. 그때 다른 루틴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조용한 공간에 들어가 눈을 감고 멍 때리는 것은 날씨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아요. 나만의 공간이 없다면 화장실을 이용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화가 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고 불만은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봐요. 화가 났을 때 감정으로만 풀어내지 말고 성장 동력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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