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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an 06. 2022

지키고 싶은 것, 지켜야 할 것

말씀 쿠키 153


지키고 싶은 것, 지켜야 할 것     


살면서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요.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싶고 가진 부와 명예와 권력을 지키고 싶고 또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그런데 잠언에서는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고 하고 있어요. 마음이야말로 수시로 변하여 내 마음을 나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무엇보다 마음이 병들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헛되고 헛된 것이 되고 말아요. 내가 없으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서른다섯 살 때 경부암으로 수술하고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로 심한 우울증이 왔어요. 3일 동안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고(제 안에 그렇게 눈물이 많은 줄 몰랐어요) 모든 것이 슬퍼 보였어요. 그동안의 삶이 슬프고 아등바등 사는 남편의 모습이 슬프고 아무것도 모르고 투정 부리고 떼쓰는 아이들의 슬픈 모습이 싫었어요. 


지금 이 순간 딱 죽으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 횡단보도를 건너며 지금 차가 나를 탁 쳐서 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회에 다니며 자살은 죄라고 배워서 그래도 죽어서는 천국 가고 싶은 마음에 차마 자살을 선택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슬퍼 보이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엄마가 죽으면 엄마 없는 불쌍한 아이들로 살겠구나 싶어서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죽어버린 마음을 살릴 힘이 없었어요


스스로 신경정신과를 찾았지요. 기초 조사를 하던 의사 선생님은 남편과 저의 학력차를 확인하고 ‘정말 힘드셨겠어요’했어요. 마음이 아파 찾아갔으니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일 텐데 저는 여기서는 상담받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일어났어요. 부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가치관으로 사는 거지 학력으로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지인이 바람 쏘이러 가자고 불렀어요. 남편과 함께 작은아이(4세)를 데리고 따라갔어요. 지하에 있는 테이블에서는 술 마시고 앞에 무대에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 아래서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곳이었어요. 처음 가보는 곳이고 술도 못 마시고 춤도 못 추니 테이블에 앉아 주스를 홀짝거리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 아래서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사람들을 보았어요. 무아지경에서 리듬에 몸을 맡긴 것 같은 모습에서 아~~~ 저렇게 하면 한 순간의 스트레스는 해소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인은 한참을 놀다 다른 곳으로 데려갔어요. 작은 방에 텔레비전 같은 것이 있고 화면에서는 반주와 함께 노래 가사가 지나가고 지인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어요. 많은 사람이 찾는 노래방을 저는 그때 처음 가본 거예요. 그곳에서는 저도 노래를 불렀어요.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기억나는 것은 또 다른 저를 발견했다는 거예요. 노래를 좋아하고 기타를 쳤던 제가 그곳에 있었어요. 노래를 부르며 저를 찾기로 결심했어요.


저를 찾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서서히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필요했던 거지요. 마음을 지키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것이고 건강을 지키는 것은 내 삶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본 후에야 알았어요.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내 삶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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