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시골에서 살 수 있는 체질이 아니라고 말리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아빠를 만나 결혼해서 시골로 온 것이 벌써 40년이나 되었어
전라남도 영광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엄마는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
조용하게 이름도 빛도 없이 피고 지는 들꽃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어.
공부가 하고 싶어 혼자 서울에 올라와
혼자서 돈을 벌어 학교에 다녔던 4년의 시간이 엄마를 지치게 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고향의 조용하고 따뜻했던 기억을 소환했던 것 같아
낙엽 타는 냄새가 좋고 풀을 베었을 때 나는 향긋한 풀냄새가 좋아
가난했지만 행복했단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들녘을 보며 물감으로는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는 녹색의 다양함이 신비롭고
작은 풀 한 포기도 각기 나름대로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며 인생을 배웠어.
자연을 통해 다른 사람의 꽃이나 열매를 부러워하기보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를 찾아 그것을 최대한 잘 사용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고 내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야.
네가 살아갈 세상은 엄마가 살아온 세상과 너무나 달라
MZ세대로 태어난 너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기술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너의 자리를 찾지 못하면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거야
심리학에서 레밍효과라는 것이 있어
개인이 무리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데
이는 레밍쥐들이 군집으로 행동하며 한 마리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면
다른 레밍쥐들도 무조건 따라가다 바다를 만나도 멈추지 못하고 빠져 죽는 것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라고 해
우리 모두는 달라
그런데 같음을 강요받거나 같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생각하지 않고 떼로 몰려가고 있어
너는 떼로 몰려가는 군중의 한 사람이 아닌
너만의 고유번호가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랄게
다행인 것은 걸어서 하교를 하며 자연을 몸으로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거야
이 시간들을 통해 하나씩 너를 발견해고 너만의 고유함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엄마는 언제나 너의 등뒤에서 응원할게
안녕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