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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15. 2024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근데 현실은...

미치도록 여행 가고픈데 현실에 발목 잡혀

좋은 시절 다 갔다, 란 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를 앞지른다. 요즘 부쩍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혼자만 잘 지내 보여 그런지, 그동안의 인내 봉오리가 터진 건지 내게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20대부터 70대까지 상황도 제각각. 배경과 이유는 가지각색이나 공통점은 하나. 마음과 다른 현실이라는 . 신세 한탄과 푸념으로라도 푼다는 것이다.


환절기 때 감기에 잘 걸리듯 1~2월을 지난 3월이라 더욱 그런가 보다. 방학 지난 학업에,  대비 실행에 드라이브를 시기라서. 좋은 시절은 갔습니다, 아, 나의 님은 갔습니다, 분위기에서 나온 말들은 이랬다.


"진작 여행이라도 다녀올 걸"
"신선한 자극이 필요해요"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골치 아픈 건들로 훌쩍 떠나고 싶어요"
"남들은 잘만 쉬는데 나만 바쁜 것 같아요"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 성향과 정반대인 조직에 20년 넘게 잘 붙어 있는 내가, 집순이가 된 사연이 있다. 아들 역시 지난 6년간(중고딩) 여행이 남부럽지 않았던 이유다. 애미로서 학원 픽업이라고는 드럼과 클라이밍 밖에 없었으니 공부하느라, 돈에 쪼들려 여행이 뒷전인 건 아닌 셈. 굳이 먼 데 가지 않아도 여행 느낌을 전할까 한다.


* 퇴근길 늦은 시간 오랜만의 안부와 함께 촬영 협조까지 받아 준 <본필라테스>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1. 스위밍 프렙(Swimming Prep)


코어 잡고 첨벙첨벙 수영하는 듯한 "스위밍"이라는 동작이 있는데요. 사전 예비동작인 '프렙' 동작이에요. 무릎으로 앉은 자세(닐링 kneeling position)에서 양팔 머리위 만세로 움직이는 거에요. 몸통은 고정한 채 어깨 관절 안에서의 작은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요.


마치 몸통은 바다고 양팔로 물방울이 튀지 않게 물장구를 치는 느낌이죠. 어깨가 아닌 팔꿈치나 손목으로 팔을 저으면 '스위밍'이 아닌 관광버스 춤이 되요. 전혀 다르죠. 어깨 면에서 공이 굴러가는 관절 속 느낌을 리드미컬하게 느껴 보세요.



2. 스위밍(Swimming)


프렙(Prep)으로 코어 잡고 물장구 치셨으니 이제 진면목인 항해를 떠나야죠. 엎드려서 슈퍼맨처럼 몸을 붕 띄워 팔다리 모두를 움직이는 거에요. 두둥실 더 뜨는 느낌이 결국 코어 발란스에 도전하는 셈이에요. '보수'라는 둥글고 말캉한 도구에 배를 대고 엎드려요.


맨바닥도 어려운데 얼마나 아슬아슬 하겠습니까. 팔다리를 떼는 것만으로 상당히 어려워 몸은 비행기 모드로 전환된 듯 하죠. 코어를 잔뜩 붙들고 팔다리로 물장구 치는 게 더 힘들지만 여행 느낌으로서는 리얼이에요.



3. 동작 없이 탐험


동작 모양도 해변을 연상케 하지만 몸 안에서의 자은 새로운 경험으로 작용해요. '아이고, 그럼 차라리 접영 포즈를 취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전보다 가동범위가 늘어났거나 근육이 꿈틀꿈틀 자극되는 걸 느낄 때 현실을 벗어난 느낌이 들어요. 각성 상태로 끓어오르는 체력을 느낄 때에도 몸 속 여행 기분이에요.


몸을 움직이면 물리적/화학적/심리적 변화를 일으켜 세포들이 몸 속 구석구석을 여행하잖아요.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감각을 깨우면 뭘 더 바라거나 욕망하는 일이 줄어들더라고요. 입으로만 느끼는 '맛'을 전신으로 느낀달까요. 신개념 '맛'집 여행! '새로움'을 먹고 자라는 '뇌' 역시 '몸'과 일심동체랍니다.




이제 대학생이 된 아이. 얼마 전 동아리는 들었는지 물었다. '배드민턴' 동아리에 가입해 이미 활동 중이란다. 작곡이 버킷리스트인 데다 고3때 드럼에 몰입했고 도시건축대학에 밴드 동아리도 있는데 선택한 동아리는 배드민턴이라니.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이가 초6일 때 내가 배드민턴을 가르쳤고 토요일엔 청소년수련관 체육관도 찜 해 함께 쳤던 기억이...


어릴적 배드민턴 크루즈라도 한 걸까.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나를 따라 헬스장도 등록했다. 그때 11kg을 감량하고 몸매와 마음을 여태 유지 중이다. 그때 내게 했던 말도 덩달아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라 인용하며 마무리.




얼마 전 함께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엄마, 난 어디로 여행 가지 않아도 좋아. 굳이 어디 데려가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내 속도 그랬다. 핏줄 아니랄까 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가슴 토할 정도로 소리 지르고 싶었던 곳이 이젠 생각나지 않는다. 현실의 허물을 탁 트인 바다에 벗어 던지고 싶었던 기억조차 바람따라 바다로 떠내려간 것 같다.


- 턴의 미학, 이지, '관계' 편, 295p~29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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