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Mar 19. 2024

앞지르기

차 없는 거리


출근길. 내리면 에스컬레이터가 코 앞인 구간에서 전철을 탄다. 핫 구간이라 내리는 사람도 바글바글이다. 내려서도 에스컬레이터까지 행렬이다. 앞 선수 따라잡으려고 코너 박차고 도는 피겨선수마냥 나 역시 에스컬레이터 코너를 돌기까지 모터 신발이다.


에스컬레이터 우측은 기계에 실은 몸, 좌측은 두 다리 시너지 몸. 당연히 좌측이다. 첫 계단에 발 올리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시동 건다. 근데 이런 사람을 종종 만난다.


다름 아닌 끼어들기. 우측에 서서 잘 타고 가다가 대뜸 좌측으로 잽싸게 옮기는 사람. 걸으라는 주의자로서, 바뀌라고 있는 게 마음으로서, 얼마든지 변경할 순 있다. 다만 깜빡이도 켜지 않고 앞사람과의 거리도 넉넉치 않은데 샌드위치처럼 끼어드니 얄밉다. 운전할 때도 차간 거리가 유지될 때 끼어들어야 마음도 넉넉해진다.


퇴근길. 에스컬레이터, 내 앞이 뻥 뚫렸다.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퇴근 기분을 더욱 업 시킨다. 차 없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차 없는 거리처럼 '톡 없는 하루'가 당긴다. 꽉 막힌 도로마냥 읽지 못한 단톡들. 끼어들기 눈치보며 안전운행 중인 단톡.

정작 낄 데 안 낄 데, 눈치코치 없는 인간은 아닌지 그 생각부터 앞지르기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간절히 원하던 대학에 입학 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