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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8. 2022

파키스탄에서 이발하기

250루피(약 1,700원)면 충분해요

 파키스탄 살이를 시작한 지 한 달 여 넘어가니 머리가 너무 덥수룩해졌다. 주변 한인 지인들한테 이발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출장 이발사를 데리고 와서 집에서 이발한다고 알려준다. 가격은 1,000루피(한화 약 6,700원). 집에서 이발하면 잘린 머리카락들이 집안에 흩날린 텐데 다 치워주냐고 물어보니 그건 집주인이 알아서 하는 거랜다. 가격은 비싸 보이지 않는데 청소하기 귀찮아서, 현지인인 운전기사에게 괜찮은 헤어샵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헤어샵은 보통 허름한 상가 뒷골목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위생상 신변안전상의 이유로 출장 이발사를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 이곳 이슬라마바드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나쁘지 않은 곳이며, 외출 시작 시부터 귀가 완료 시까지 덩치가 산만한 전담 운전기사 조니와 동행할 예정이니까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한국이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발하는 것 하나도 여기선 새로운 도전이다.


 운전기사 조니가 두 군데 헤어숍을 추천해주던데, 그냥 가까운 곳으로 골랐다. 센터로스 아파트에서 약 2km 거리의 G-8 구역. 예상대로 종합상가 뒷골목에 위치한 서민 가게였다.


Justin Hair Salon은 센터로스와 별로 떨어져있지 않은 G-8 구역에 있다. 상가 뒷골목이라 가이드 없이 혼자 가면 찾기 어렵다.
한국의 여느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샴푸룸이 없다.


 젊은 이발사가 반겨주는데, 영어를 전혀 못한다. 조니 기사가 우르두어로 통역해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국에서 내 취향대로 머리를 자른 직후의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아와서 그대로 보여주며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출국 전에 본인의 이발 스타일을 사진으로 찍어서 오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린다. 생각보다 편하다.)


 바리깡을 쓰고 숱가위로 손질하는 것도 비슷하고, 이발한 모양도 살짝 어색하긴 하지만 뭐 그런대로 이쁘게 나왔다. 이발을 다 하고 나니 능숙한 손길로 머리 마사지도 시원하게 해 준다.


 청구 비용은 250루피. 원래 현지인 대상으로 200루피 받는 가게인데, 내가 외국인이라 50루피가 추가된다고 설명해준다. 이 나라는 외국인에게 참 친절한데, 비용만큼은 어딜 가나 이중가격을 책정한다. 너네가 잘 사니까 당연히 더 내야 한다는 논리다. 정찰제 가격이 아닌 곳에 가면 덤탱이 쓰기 딱 좋으니 늘 가격에 대해서는 의심해봐야 한다. 두 세배는 기본이고, 많게는 열 배까지 부르는 경우도 허다하단다. 요담에 또 따로 쓰겠지만, 골프장 필드 입장료도 외국인한테는 공식적으로 내국인 대비 두세배 비싸게 차등요금이 적용되어 있다.


 어쨌건 이발 가격은 그래 봤자 한화 2천원도 안 하는 가격이라 거기서 50루피를 더 팁으로 얹어서 300루피를 주고 왔다.


 이발 솜씨는 만족스러운데,


1. 가게에 에어컨이 없다. 씰링팬 하나가 전부다. 한 여름에 저래 가지고 영업을 어떻게 하나 싶다. 우리나라에선 고급 인테리어 항목 중 하나인 씰링팬이, 여기선 기본품목으로 매우 많이 보급되어 있다. 대부분의 건물에 기본 옵션이라고 보면 된다.


2. 이발 후 머리 감겨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샵 안에 샴푸실 자체가 없으므로 이발 직후 집에 와서 머리를 감아야 한다.


3. 현지인들이 다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읽기-쓰기-듣기-말하기 4 영역에서 수준급이 있는 사람들은 5% 남짓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여기서도 영어를 잘하는 것은 권력으로 통한다고 한다. 수준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서 둘 다 현지인인데도 티 내려고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외국인을 종종 대하는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은 영어 말하기는 어느 정도 능통한데, 왓츠앱 등으로 문자소통을 하려고 하면 애를 많이 먹는다. 단어 몇 개 주고받다가 "보이스 녹음"으로 전송해주는 일도 잦다. 정작 나는 듣는 게 열 배는 더 어려운데 말이다.


 아무튼, 서비스 요금은 뭘 해도 싸다. 실력도 괜찮아 보이니 앞으로 이 집 단골로 이용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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